'로기수' 윤나무 "하루 5시간씩 탭댄스 연습, 끝나면 치유 받죠"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끝나면 치유 받고 힐링 받아요"

뮤지컬 '로기수'는 배우들의 땀과 꿈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무아지경으로 탭댄스를 추는 로기수 역 윤나무를 보고 있으면 관객들 역시 마음 속 꿈이 꿈틀댄다. 찬란한 땀만으로도 그의 진심이 충분히 전해진다.

윤나무가 출연중인 뮤지컬 '로기수'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북한군 포로 소년 로기수가 거제포로수용소에서 미군 흑인 장교의 탭댄스에 마음을 빼앗기며 시작된다. 종전 후 이익을 챙기기 바쁜 미군과 수용소 내 이념 전쟁이 극에 달한 포로들 사이에서 로기수가 꿈과 희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비장한 댄스와 빈티지한 음악으로 풍성하게 그린다.

윤나무는 "정신적으로 힘들면 후유증도 있고 하는데 이 공연은 끝나고 나면 내가 치유 받고 힐링 받는 게 있으니까 몸은 좀 힘들어도 '아, 열심히 살아야지'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로기수' 주제 자체가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이 정말 하고싶은 것을 하고, 꿈을 향해 가며 행복을 찾는 만큼 윤나무 역시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연기를 하는 배우이다 보니 무대 위에서 행복하게, 즐겁게 하는 것이 관객들과 작품의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무대 위에서 흘리는 땀도 땀이지만 공연이 올라가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힘들어서 정말 약간 전우애가 생겼어요. 배우들끼리 처음 탭하고 힘들게 땀 흘리며 안 해봤던걸 하니까 그런지.. 탭은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고 인내심도 필요하거든요. 발목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니까 반복 숙달해야 돼요. 그러다 보니 성취감도 있고 배우들끼리는 맨날 땀 흘리면서 같이 한 게 있으니까 공연 올려 놓고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실제로 윤나무는 매 공연 커튼콜에서 눈물을 쏟아낸다. 특히 형 로기진을 보면 더 울컥한다. "로기수가 형이 준 신발을 갖고 열심히 탭을 해서 유명한 탭퍼가 되는데 그 공연의 커튼콜에 죽은 형이 찾아오는 그런 느낌을 받으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 울컥하고 행복해서 눈물이 나온다"고 밝힌 윤나무는 "마지막에 형이 상자에 신발을 담아 줄 때 신발에 찡이 박혀 있는걸 보면 항상 울컥한다"고 덧붙였다.

먼저 탭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다. 뮤지컬 '사춘기' 공연 때부터 하루 4~5시간씩 탭을 연습했을 정도로 두달간은 탭에만 열중했다. 탭을 하고 '사춘기' 무대에 서는 날이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힘이 풀렸다. '왜 이러지?'라는 물음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발을 많이 구르고 왔지'다.

"정신적으로는 사실 각 작품에 집중하면 되니까 힘들지 않았어요. '사춘기'와 '로기수'의 성질이 전혀 다르고 캐릭터 자체도 차이가 많아 크게 어려움은 없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로기수가 춤에 흥미가 있던 사람이 아닌데 춤에 미쳐야 하는 인물이잖아요. 탭은 정말 정확하더라고요. 정말 한 만큼 늘어요. 처음에 잘 해도 중간에 빠지면 소용 없어요. 한 번 배탈이 나서 일주일동안 연습을 못한적이 있는데 다시 나가니까 다른 사람이 훅 늘었더라고요. 내가 안 되는걸 다른 사람이 하니까 저도 막 또 하는 거죠."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진짜 목숨을 걸고 해야겠구나' 생각한 것도 이 때문. 그래야 무대에 '진짜 로기수'가 보일 것 같았다. 잘하든 못하든 '쟤가 정말 좋아하고 열정이 있구나'가 보여야 했다. 그러려면 즐겁게, 계속 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부담이 있고 지금도 부담을 느끼죠. 공연을 선보이기에 항상 부족하다고 느껴요. 탭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시늉을 할 수는 없으니까. 라이브로 할 때 죄책감이 들어요. 이렇게까지 열심히 안 하면 항상 부담이 돼요.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첫 공연을 무사히 안전하게 올리고나니까 뿌듯함이 특히 있더라고요. 그렇게 훌륭하진 않았지만 주변에서도 탭이 힘얼마나 힘든걸 아니까 '고생했다'고 하더라고요."

윤나무는 그야말로 탭 연습 기간을 떠올렸다. 대사, 노래, 안무 등 탭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아 따라가기 쉽지 않아 윤나무 본인에겐 큰 도전이었다. 뮤지컬에 특화된 배우도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무식하게 해야 했다. 계속 반복해야 했다. 노래 및 연기가 정리된 이후에도 10시에 연습이 끝나면 함께 로기수를 연기하는 김대현, 유일과 다시 아현동 탭 연습실로 향했다. 새벽 1시 넘어서까지 연습을 했고, 집에 돌아가면 녹초가 돼 그 자리에 뻗어 푹 잤다.

"완전 미쳐 있었어요. 저는 좀 다행인게 '사춘기' 끝나고 '로기수'에 올인할 수 있는 시간이 좀 있었죠. 그래서 더 '사춘기' 모습을 아예 지우려고 했어요. 대현 형은 다른 작품도 같이 해서 엄청 힘들었을 거예요. 나중에는 약간 혼이 나가 있더라고요.(웃음) 유일이는 첫 뮤지컬이라 모든게 새롭고 뭐가 뭔지 몰랐을 거고.. 사실 제가 누굴 챙길 상황이 아니었어요. 유일이도 좀 챙기고 했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 좀 미안해요."

이어 윤나무는 유일과의 연습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오후 연습에서 힘을 다 빼고 유일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간 그는 너무 힘들어 유일에게 '소주 딱 한 병만 마시자'고 했다. 가볍게 반병씩 마시고 오후에 연습을 할 생각이었던 것. 새참 먹으며 막걸리 마시는 느낌으로 목만 축이려 했다. 하지만 웬걸. 소주를 살짝 마신 유일의 몸이 새빨개졌다.

"땀을 너무 흘리고 힘들어서 술의 힘을 빌려보려 했어요. 반병 정도 마시면 그렇게 취하지도 않잖아요. 유일이가 '술을 잘 못해요'라고 하길래 '그럼 한두잔 정도 마셔라. 나머지는 내가 마시겠다' 했어요. 그 때 친할 때가 아니라 유일이가 거절을 못한 거예요. 저야 한 잔 딱 마시니까 정말 맛있어서 행복했는데 갑자기 유일이가 목에서부터 빨개지더라고요. 한 열병 마신 것처럼.(웃음) 이 정도로 못 마실 줄이야.. 너무 아까워서 제가 한 병 거의 다 마셨어요. 그러고나서 탭 연습을 하러 갔어요. 술을 마셔서 그런가. 안 되던 게 되기도 하고 잘 되던 게 안 되기도 하던데요?"(웃음)

'로기수'에서 돋보이는 것이 탭이다 보니 탭 이야기가 길어졌다. 하지만 '로기수'는 드라마적 요소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전쟁통에 꿈을 키우는 로기수, 그를 지키려는 친형 등의 이야기가 방대하다. 열일곱살 로기수의 꿈과 형제애 등을 그리려면 인물에 대한 탐구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열일곱살 정도면 정말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고 그 꿈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야 할 때잖아요. 근데 로기수는 그럴 때 전쟁을 겪은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정체성이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나는 무슨 꿈을 갖고 있길래 전쟁에 참가하게 되고 포로로 잡혀 사람들 국이나 퍼주고 있을까' 하면서 이것 저것 고민을 많이 했을 거예요. '내가 왜 이렇게 힘든 삶을 살지?'라는 생각을 할 때 우연히 민복심을 만나고 처음 설렘을 겪고 그러다 탭을 알게 되고 마음에 '쾅' 하고 번개 치는 순간이 다가오고 그걸 향해 목숨까지 거는 친구가 돼요."

윤나무는 로기수의 선택들이 열일곱살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했다. 어리니까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만약 로기수가 저처럼 서른한살이면 마지막 부분에서도 형한테 도망가자고 했을 것"이라고 말한 윤나무는 "로기수는 자기가 희생하면 형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무대 위에서 마지막으로 신나게 춤 추고 죽자는 생각을 하는게 그게 열일곱살이니까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저도 두살 터울 형이 있어요. 형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어릴 때 맨날 싸웠어요. 같은 방을 쓰고 붙어 있어서 그런지 사소한 것 갖고도 맨날 싸우고 말도 안 했죠. 하루에 두번 싸운 적도 있어요. 제가 대든거죠.(웃음) 형은 큰아들이고 어릴 때부터 얼굴도 잘 생기고 키도 크고 공부도 잘 해서 주목을 많이 받았거든요. 공부도 잘 하는데 농구도 잘 해서 스카웃 돼서 농구도 했었고. 부모님이 뒷바라지를 잘 해주셨어요. 그거에 불만이 있어서 제가 삐딱하게 나간건 아닌데 그냥 형만 보면 티격태격 했어요."

티격태격하던 사이는 형이 군대에 가면서 달라졌다. 맨날 싸우고 보던 사람이 집에 없고 나라를 지킨다고 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단다. "나에게도 형이 보고싶어지는 시간이 온 것"이라고 전한 윤나무는 이후 자신도 군대에 가게 되면서 형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 됐음을 느꼈다고 했다. 서로 떨어져 보니 소중함을 알게 된 것. 이후 형이 결혼하기 전까지 함께 살며 로기진-로기수 형제처럼 돈독한 우애를 자랑하게 됐다.

"제가 더 지치기 전에 형이 '로기수'를 봐야 되는데.. 로기진-로기수 형제 이야기가 형이 있으니까 더 와닿는 것 같아요. 그리고 로기진-로기수가 다섯살 차이거든요. (로기진 역) 김종구, 홍우진 형하고도 다섯살 차이가 나서 점점 더 그 관계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형과의 관계 만큼이나 빠져드는 것이 꿈을 꾸는 로기수의 마음이다. 사실 윤나무는 하고싶었던 배우를 하고 있기에 꿈을 이뤄본 것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행복할 수 있고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즐겁게 작업하는 것'이 꿈이다.

"고등학교 때 연극을 보고 꿈이 바뀌었어요. 부모님은 그 길이 힘든 걸 아시니까 반대 하셨는데 대학에 들어가고 꿈을 키웠죠. 하나 하나 연기를 배우며 정말 열심히 했어요. 졸업하고나서 배우가 되고싶다는 목표를 이뤘죠. 그러고 나니까 또 꿈이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생각하고 찾아내야 되는 나라는 사람이 있는 거죠. 현재 진행형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로기수'는 저한테도 남달라요. 누가 봐도 힘을 얻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자부심이 있죠."

5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공연시간 150분. 아이엠컬처 02)541-2929

[뮤지컬 '로기수' 윤나무, 공연 이미지.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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