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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방송사는 시청률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저조한 시청률은 프로그램 폐지로 이어진다. 잔인한 서바이벌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의리를 지키겠다고 수익을 저버릴 수는 없다. 눈물을 머금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방송사의 숙명이다.
SBS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시도된 가운데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이 여러번 폐지됐다. 선택의 기로에서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며 계속 끌고간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폐지된 프로그램도 허다하다.
지난 2003년부터 방송된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 역시 여러번 시험대에 오른 프로그램이다. SBS 코미디의 자존심을 지키는 개그맨들의 열정이 빛나는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예전 명성 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해 폐지와 개편 등 온갖 풍파를 겪었다.
한 차례 폐지를 겪었던 '웃찾사'는 부활 이후에도 편성 시간대가 여러번 변경됐다. 요일은 물론 시간대 변경이 이뤄졌다. 인기는 예전만 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화제성도 떨어지고 대중의 관심도 낮아졌다. SBS를 대표하는 개그맨이 확실히 떠오르지 않았다. 더 잔인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연말 연예대상에서 수상하는 개그맨들 역시 낯설었다.
그럼에도 SBS는 '웃찾사'를 끝까지 안고 갔다. 올해 3월에는 대대적 개편을 통해 일요일 오후 8시 45분으로 시간대를 옮겼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 당당히 맞서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웃찾사' 코너를 비롯 이를 만드는 개그맨들의 능력을 믿은 셈이다.
편성 변경 뒤 드라마틱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름 '웃찾사'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가 방송됐던 시간대의 저조한 시청률이 '웃찾사'가 편성 되면서 점점 상승했다. 개그맨들의 피땀 흘린 코너들 역시 황금 시간대에 노출 되니 더 화제가 됐다. 개그맨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자신감도 생겼다.
SBS는 '웃찾사'를 이끄는 개그맨들의 능력을 믿었다. '웃찾사'를 계속해서 끌고 가며 환경에 변화를 준 것도 이 때문.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개그를 짜는 개그맨들을 위해 출연료도 인상했다. SBS를 대표하는 예능인을 만들기 위해 기본 초석을 다지는 과정을 무시하지 않았다. 당장의 성과보다 가능성을 믿고 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SBS 이창태 예능국장은 "최근에는 다른 분야의 예능 스타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예능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개그맨"이라며 "개그맨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개그를 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SBS를 대표하는 예능인의 대가 좀 끊긴 느낌이라 새로운 대표 예능인을 만들고자 했다"며 "그 기본이 되는 '웃찾사'에 장기적으로 투자했다. 가능성 있는 개그맨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웃찾사'는 새 예능 스타를 찾기 위해 기존 개그맨들의 일터를 개선하는가 하면 최근엔 SBS 15기 공채 개그맨까지 뽑았다. 4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발된 합격자들의 재능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을 무시하지 않는 뚝심. SBS가 '웃찾사'를 끝까지 안고 가면서 지금의 성과를 이뤄내며 청신호를 켠 비결이다.
['웃찾사' 방송 이미지, SBS 15기 공채 개그맨. 사진 = SBS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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