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차이나타운’의 자신감은 헛되지 않았다.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제작 폴록픽쳐스 배급 CGV아트하우스)이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보다 한 주 늦게 개봉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벤져스2’가 스크린과 관객을 독식할 것이 너무나 뻔한 상황에서 무모해 보이는 도전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런 말이 쏘옥 들어갈 듯하다. 물론 ‘차이나타운’이 ‘어벤져스2’보다 관객을 더 끌어 모을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게 출사표를 내던질 만큼 신선하고, 근사하며,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차이나타운’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한다.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져 일영(김고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아이는 차이나타운의 대모 엄마(김혜수)에게 보내진다. 엄마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아이들을 거둬드리는 인물. 일영은 그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지만 어느 날 악성채무자의 아들 석현(박보검)을 만난 후 또 다른 세상에 눈뜨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도드라지는 점은 여성 두 명을 내세운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여성 두 명을 투톱으로 내세운 영화를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로 진득한 느와르 영화에 도전했다는 사실이 더 특별한데, 결과물만 보자면 남자를 내세운 느와르 영화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강렬하고 암울하며 냉소적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이런 장점들을 더욱 극대화 시킨다. 여성 두 명을 내세운 영화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여성들의 느와르 영화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배우들은 주조연 가릴 것 없이 호연을 펼치며 무게감을 더한다. 엄마 역을 맡아 압도적 존재감과 카리스마, 냉혹함을 보여주는 김혜수, 일영 역을 맡아 강함과 약함을 오가며 생존본능을 발휘한 김고은을 비롯해 우직함과 냉정함을 고루 갖춘 인물로 강렬한 액션신을 선보인 우곤 역의 엄태구, 존재만으로도 싱그러움을 안기며 일영을 흔들어 놓는 석현 역의 박보검, 비열함으로 똘똘 뭉친 치도 역의 고경표, 솔직 발랄한 매력을 발산하는 쏭 역의 이수경, 지능이 모자라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맹목적으로 엄마의 명령에 따라 더 무서운 홍주 역의 조현철, 밑바닥 인생을 오롯이 보여준 탁 역의 조복래, 일영의 아역배우로 어른 못지않은 연기력을 발산한 김수안 등이 영화의 완성도를 뒷받침 한다.
뿐만 아니라 ‘차이나타운’은 극대화된 현실을 영화 속에 녹여내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쓸모없으면 버려지는 차이나타운 속 세상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다를 바가 없다. 서로 필요에 의해 묶여진 식구(食口,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들이지만 각자의 쓸모에 따라 해체되기도 하며 삶을 버텨낸다. 여기에 가족을 위해 기꺼이 나를 내어 놓는 모습까지, ‘차이나타운’은 잔인하고 강렬한 껍데기를 뒤집어썼지만 ‘생존’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영화 ‘차이나타운’ 스틸. 사진 = CGV아트하우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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