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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본 관객 가운데 일부는 “왜 울트론이 탄생하자마자 인류 절멸을 시도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울트론은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개발한 평화 유지 프로그램의 오류로 만들어진 존재다. 이 악당은 탄생하자마자 지구상의 모든 정보를 순식간에 흡수한 뒤 지구의 평화를 위해선 인류를 절멸시켜야한다고 선언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이라면 당연히 인간을 위해 봉사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인류평화를 위해 만들었는데, 되레 인류 절멸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대식의 빅퀘스천’(동아시아 펴냄)에는 울트론이 왜 파괴적 행위에 나서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인간:너를 만든 건 우리 인간이다…인간의 능력으로 탄생한 너 역시 인간의 삶이 더 편하고, 안전하고, 풍요롭기 위해 발명한 것이다.
기계:(약 0.0001초 동안 인류의 모든 종교, 정치, 철학 책들을 검토한 후) 내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고 가설해보자. 그런데 인간은 왜 행복해야 하는가? 아니, 도대체 인간은 왜 필요한가?(p 307)
인간은 지구상의 모든 것을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없는 것으로 분리했다. 쓸모 없는 것은 가차없이 제거했다. 그렇다면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지닌 기계가 이렇게 물을 것이다.
“인간은 쓸모 있는가?”
카네기멜론 대학의 인공지능학자 한스 모라비치는 인간보다 빠르고 뛰어나며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기계가 인간을 지구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판단해 멸종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듯, 기계도 호모 사피엔스를 멸종시키는 것 뿐이라는 게 모라비치 교수의 설명이다.
영화처럼, 울트론같은 인공지능이 현실에서 탄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인류가 축적한 지식과 역사를 섭렵한 후에 그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호모 사피엔스인줄 알았더니, 호모 라피엔스(약탈하는 인간)로군! 지구 평화를 위해선 인간이 사라져야 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존재를 정당화할 필요가 없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존엄과 행복에 의문부호를 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것은 인간만의 생각이 아닐까. 존 그레이는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이후 펴냄)에서 “인간의 특성은 파괴적이고 약탈적인 종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근거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그는 인간이 자유로우며 이성을 가진 존재라는 가정은 편견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에게 인간이란 변화하는 환경과 무작위로 상호작용하는 유전자 조합에 불과하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존엄한 존재라는 인간은 같은 종인 인간을 학살해왔고, 현재도 총과 칼을 들고 호시탐탐 약탈을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울트론 같은 기계가 등장했을 때 인간은 어떻게 절멸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김대식 교수는 “무능력, 미신, 편견에서 벗어나 기계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현명한 인류로 거듭나야 한다”(p 312)고 역설한다.
호모 라피엔스의 특성 대신에 호모 사피엔스 본연의 자세를 갖추는 것 만이 울트론의 무차별 공격을 방지하는 길이다.
[사진 왼쪽 토니 스타크, 오른쪽 울트론. 월트디즈니 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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