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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에는 신선한 얼굴이 여럿 등장했다. 이들은 신인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연기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시청률은 좋지 않았지만, 이들의 연기력만큼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바로 박지상(안재현)의 동거남이자 재야감염학자 주현우 역을 맡은 정해인과 어리바리한 레지던트 1년 차로 위장했지만, 사실은 이재욱(지진희)의 심복이었던 민가연 역을 맡은 손수현이 주인공이다. ‘블러드’ 루키로 꼽힌 그들을 만나봤다. - 편집자주
손수현은 '블러드'를 통해 드라마에 데뷔했다. 그동안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드라마 현장은 처음이었고, 쉽지 않았다. 태민 암병원 간담췌외과 레지던트 1년차지만, 비밀이 있었다. 항상 주눅들어있는 민가연은 사실 이재욱(지진희)이 처음으로 감염시켜 뱀파이어로 만든 인물이었고, 악행으로 변해버린 거대한 프로젝트의 이유였다.
'비밀스러운 인물'이 손수현이 전달받은 캐릭터 설명이었다. 대본 리딩을 하기 전까지 본인이 뱀파이어라는 것도 몰랐다. 오디션 역시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이중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 민가연이었다. 그래서 박지상 앞에서, 또는 이재욱 앞에서, 또 다른 그 누구 앞에서도 다르게 행동할 필요는 없었다.
"엄청 혼란스러운 건 없었어요.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했어요. 첫 장면인 태민 암병원 면접 때 어머니 이야기도 진심이었어요. 다만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이 다르게 볼까를 걱정했죠. 명확하게 구별이 돼야 했으니까요.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민가연은 안쓰러운 인물이다. 어린시절 가난한 환경 속에서 지냈고, 몸에 병도 있었다. 이런 가연을 다시 태어나게 해 준 인물이 이재욱이었다. 천성은 착했지만 재욱을 배신할 수 없었던 가연은 변해가는 재욱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배신할 순 없었다. 배신하지 않는 가연은 손수현에게 큰 매력이었다.
"드라마가 어떻게 흐를지 모르는 상태에서 작가님에게 여쭤본 적이 있어요. 대본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마다 물어봤는데 가연은 재욱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가연에게 엄청난 매력을 느꼈어요. 버림받은 강아지가 자기를 거둬준 주인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듯한 가연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고요."
결국 민가연을 무너트린 것은 박지상이었다. 사랑인지 존경인지 모를 애매한 감정 속에서 가연은 지상을 지켜냈다. 유리타(구혜선)를 죽이라는 재욱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았고, 남매와도 같은 남철훈(권현상)까지 설득해서 리타를 지켰다. 이것은 모두 지상때문이었다. 리타를 사랑하는 지상은, 리타와 함께 있을 때 가장 인간에 가까웠다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손수현은 아니었다. "사랑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며 사람다워지는 지상을 동경하는 순수한 마음이 지상에 대한 가연의 감정이었다. 지상을 살리고 죽었던 것은 재욱 때문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고 했다.
"사랑해서 대신 죽은 게 아니에요. 가연에게 큰 의미가 있는 사람인 재욱이 변해가는 게 힘들었을거에요. 결국 자신이 죽어야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죽음을 선택했어요. 재욱은 절대 가연을 직접 죽이진 못했을 테니까요."
스크린에 이어 안방극장까지 진출한 손수현은 사실 배우를 꿈꾼 적이 없었다. 아쟁을 하는 국악 전공 학생이었다. 우연히 만난 현재 소속사 대표는 손수현을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하고 싶거나, 하기 싫다의 문제가 아니라 아쟁을 해왔던 손수현에게는 '배우'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단어였다. 물론 연기를 배우고 했고, 춤을 배운 적도 있다. 다른 악기를 배우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은 아쟁을 좀 더 잘 하기 위한 공부였다.
"지금은 재밌어요. 하면서 배워가는 게 있잖아요. 예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많았어요. 작품에 들어가면서 캐릭터와 붙어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렴풋하게 알아가고 있어요. 알고 나니까 더 어렵고 머리가 아프고 힘이 들기도 하지만 재밌어요. 원래 처음 배웠을 땐 쉽다고 생각하다가 좀 더 알면 어려워지잖아요. 연기도 비슷한 것 같아요."
잠, 커피, 로맨틱 코미디, 달달한 연기. 인터뷰를 마친 뒤 손수현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단어들이다. 순수한 얼굴만큼이나 연기를 대하는 것도 순수했다. 이제 막 연기에 대한 재미를 알아 가고 있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루키다.
[배우 손수현.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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