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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에는 신선한 얼굴이 여럿 등장했다. 이들은 신인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연기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시청률은 좋지 않았지만, 이들의 연기력만큼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바로 박지상(안재현)의 동거남이자 재야감염학자 주현우 역을 맡은 정해인과 어리바리한 레지던트 1년 차로 위장했지만, 사실은 이재욱(지진희)의 심복이었던 민가연 역을 맡은 손수현이 주인공이다. ‘블러드’ 루키로 꼽힌 그들을 만나봤다. - 편집자주
정해인은 '블러드'에서 팔방미인 천재인 재야감염학자 주현우 역을 맡았다. 기계, 전자, 해킹 등 모든 분야에 능통한 인물로 박지상(안재현)과는 한집에 살면서 인간이 되길 위한 지상을 위해 연구를 거듭한다.
첫 지상파 드라마 출연이었지만 중요한 인물이었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죽어나갈 때 주현우는 마지막까지 지켰다. 방송이 한 회 남았을 때 퇴장했다. 끝까지 남아 있어야 할 만큼 중요한 인물임을 의미했다.
“시놉시스에 제 소개가 한 장이었어요. 설명이 긴 것을 보고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죠. 원래는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갈수록 늘어나더라고요. 쫑파티때 오래 살려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어요. 그리고 여쭤봤더니, ‘블러드’ 자체가 무거운데 주현우는 그 안에서 청량제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주현우를 간단히 설명하면 천재다.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하려면 끝이 없다. 이런 주현우를 정해인은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했단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극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박재범 작가의 의도대로 숨 쉴 구멍을 만들었다.
천재는 어떻게 표현하는 것일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배우에게는 더욱 그렇다. 정해인은 천재만이 가진 습관을 만들었다.
“현우는 손동작을 많이 사용해요. 유학파이기도 하니까요. 집중할 때 나오는 표정,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전달해주는 방식 등이요. 지상에게 연구 결과를 알려줄 때는 좀 자랑하듯이. 천재지만 지상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현우와 지상은 서로에게 가족 같은 존재였다. 뱀파이어와 인간. 어쩌면 믿을 수 없는 관계였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에게 솔직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브로맨스를 만들어냈다. 이는 촬영장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았다. 데뷔도 비슷했고, 나이고 비슷했던 두 사람은 촬영이 있으나 없으나 항상 함께했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고 서로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정해인은 데뷔 1년차다. 영화 ‘레디액션 청춘’ 중 ‘훈련소 가는 길’ 에피소드에 출연했고, 드라마 ‘백년의 신부’ ‘삼총사’ ‘블러드’까지 네 개의 작품을 끝냈다. 스스로가 평가하는 본인의 연기는 어떨까.
“편할 때도 있고 불편할 때도 있죠. 정직한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할 때 불편하면 보는 것도 불편하고, 연기할 때 편하면 보는 것도 편해요. 주변 평가도 그렇고요. 불편해 하는 순간 화면에 보여요. 지금 안쪽으로 교정기를 끼고 있어서 발음이 좀 불편하거든요. 엄청나게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역할이 너무나도 많았다. 당연했다. 해본 것 보다 해볼 연기가 많으니. 닥치는 대로 다 해보고지만, 하나 꼽으라면 어두운 역할이었다. 현우가 비교적 밝았으니 이번에는 그늘지도 소외받는 어두운 연기로 역량을 넓히고 싶었다.
꿈도 많고 욕심도 많은 듯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수능이 끝난 날, 극장을 찾았다가 우연히 마주친 한 사람이 정해인의 인생을 바꿨다. “생명공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론 배우가 돼 있었다.
“극장에 갔다가 길거리 캐스팅이 됐어요. 이미 수능도 끝났고 호기심이 있어서 가 봤더니 연기 아카데미 같은 곳이더라고요. 계속 공부만 하다가 내 자신을 보여주는 일은 해 보니 재밌더라고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전공을 연기로 바꿨죠.”
네 개의 작품을 마친 정해인은 한 숨 돌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여유로워진 시간에 친구들과의 여행을 계획 중이고 자신을 한번 돌아볼 시간을 갖으려고 한다. ‘블러드’의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정해인이라는 배우를 발견한 것은 유쾌한 일이었다.
[배우 정해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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