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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배영수가 드디어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첫 승을 따냈다. '포크볼 마에스트로'라 불리기에 손색없는 모습이었다.
배영수는 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 6⅓이닝 동안 3안타 1볼넷을 내줬으나 삼진 7개를 곁들이며 2실점으로 막았다. 팀의 5-3 승리를 이끈 배영수는 한화 이적 후 6경기 만에 값진 첫 승리를 따냈고, 한화는 시즌 2번째 3연승에 성공했다.
배영수는 이날 전까지 올 시즌 5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2.10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베테랑 조인성과의 첫 호흡이 어떨 지에 관심이 쏠렸다. 둘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공식 경기에서는 처음 배터리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날 결과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이번에는 달랐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에 불과했으나 포크볼(24개)과 슬라이더(19개), 체인지업(6개), 투심(5개)를 섞어 던졌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인 포크볼을 적극 활용했다. 이날 솎아낸 삼진 7개 중 5개를 포크볼로 잡아냈다. 22명의 타자를 맞아 초구 스트라이크가 17차례나 됐다. 비율은 77.3%. 그만큼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와인드업 시 다리를 들어 올리는 타이밍이 달랐다. 때론 빠르게, 때론 느렸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시범경기 초반 "투수들이 배영수를 보고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배영수는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1회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배영수는 1회초 김민하의 중전 안타, 최준석의 볼넷으로 2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최준석과는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허용해 다소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강민호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첫 이닝을 넘겼다.
2-0 리드를 잡은 2회초에는 선두타자 김대우를 1루수 땅볼로 잡아낸 뒤 정훈과 오승택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정훈은 132km 슬라이더, 오승택은 128km 포크볼로 요리했다. 3회는 공 8개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강동수를 헛스윙 삼진, 짐 아두치를 중견수 뜬공, 김민하를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4회도 11구 삼자범퇴. 손아섭-최준석-강민호 모두 땅볼로 요리한 배영수다. 5회초 김대우를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정훈과 오승택을 나란히 땅볼로 잡았다. 4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6회도 삼자범퇴였다. 선두타자 강동수를 134km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아두치는 1루수 땅볼 처리했다. 김민하는 132km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1회초 강민호부터 무려 타자 16명을 연달아 범타 처리한 것. 7회초에도 선두타자 손아섭을 2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6회까지 투구수를 70개로 끊었다. 완투까지도 바라볼 만했다. 1회 안타와 볼넷 하나씩 허용한 뒤 단 한 번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16명의 타자를 연달아 범타 처리했고, 21명의 타자를 맞아 17번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다 보니 결정구인 포크볼이 확실하게 통했다. 올 시즌 처음 선발 출전한 포수 조인성과의 호흡도 일품이었다.
그러나 7회가 다소 아쉬웠다. 선두타자 손아섭을 2루수 땅볼 처리한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후속타자 최준석과 강민호에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이날 첫 득점권 출루 허용. 결국 좌완 김기현과 교체돼 마운드를 떠났다. 배영수는 포수 조인성과 니시모토 코치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배영수는 모자를 벗어 들고 화답했다.
문제는 그 다음. 김기현이 대타 황재균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으나 박정진이 정훈에 2루타를 허용,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2점 모두 배영수의 실점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승리를 지켜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7회초 3실점으로 추격을 허용했지만 박정진과 송창식, 정대훈, 권혁이 나머지 2⅔이닝을 잘 막아냈다. 배영수의 시즌 첫 승과 한화의 3연승이 완성된 순간이다.
배영수는 과거 직구와 슬라이더 2개 구종 만으로도 타자를 제압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다소 힘이 떨어진 것을 느끼자 또 다른 결정구를 찾았다. 그게 바로 포크볼이다. 지난 등판에서는 포크볼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2스트라이크 이후 어김없이 포크볼로 타자를 제압했고, 슬라이더를 적재적소에 섞어 효과를 봤다. 이것이 달라진 배영수의 모습이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송은범, 미치 탈보트와 함께 배영수를 5월의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이날 경기 전에는 "배영수가 7~8회 던져주면 좋지"라며 껄껄 웃었다. 7회를 꽉 채우진 못했지만 인상적인 투구로 승리를 도왔다. 5월 첫 등판부터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느낌이 좋다.
[한화 이글스 배영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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