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00m 달리기를 시켜보면 됩니다."
종목을 불문하고 프로스포츠 선수들 중 아프지 않은 선수는 거의 없다. 대부분 크고 작은 부상을 갖고 있다. 일종의 직업병인 경우도 있고, 본인의 부주의 혹은 몸 관리 미숙, 심지어 억세게 운 없이 당한 부상도 있다.
30명 가까이 되는 선수들이 팀을 이뤄 움직이는 야구단에도 별의 별 부상이 다 있다. 부상을 최소화하는 게 실력이다. 부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팀이 명문구단으로 인정 받는 시대. 일단 1~3군과는 별개로 재활군(공식 명칭은 구단마다 다를 수 있다.)을 따로 운영하는 팀이 많다. 그리고 어지간한 부상은 대처하는 메뉴얼이 공식처럼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투수가 팔꿈치 혹은 어깨에 부상한 뒤 재활 및 복귀하는 스케줄은 대부분 캐치볼, 하프피칭, 불펜피칭, 라이브피칭을 거친다.(중간 생략하거나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박한이 사례
그렇다면, 타자는 어떤 수순을 밟고, 또 정상적으로 복귀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일까. 투수 부상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정형화된 스케줄 혹은 공식이 없는 편이다. 부상자 관리 및 재활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걸로 유명한 삼성의 경우 선수의 부상 정도 및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삼성 주전야수 2명이 이탈했다. 박한이(옆구리)와 채태인(무릎)이 부상으로 1군에 없다. 두 사람 모두 재활군에 편성돼있다. 희귀한 부상이거나, 부상 정도가 심각할 경우 국내 최고의 재활센터 용인 STC(삼성 트레이닝센터)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구단 자체적으로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류중일 감독은 5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박한이의 복귀가 예상보다 조금 늦어질 것 같다. 아직 실전에 들어가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서 2~3경기는 해야 1군에 올릴 수 있다"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옆구리 부상은 생각보다 회복속도가 더딘 경우가 많다. 구단 입장에서도 박한이의 복귀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박한이는 만 36세 베테랑 타자. 부상 후 회복속도가 젊은 선수들보다 약간 느릴 수 있다. 현재 박한이는 러닝과 토스배팅, T배팅을 소화하는 수준. 아직 퓨처스리그에 나서지 못했다.
▲100m 달리기
류 감독은 부상자가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체크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는 "100m 달리기를 시켜보면 된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대략 12~13초에 100m를 주파하는 선수의 경우 실제 그 정도가 나올 때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보면 된다는 것.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선수는 자연스럽게 몸이 정상적일 때의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류 감독 논리. 단거리를 전력으로 뛰기 때문에 100m만 뛰어도 어디가 아프고, 얼마나 회복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일단 이 단계에서 통과하지 못한 선수는 복귀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부상자의 복귀 조건을 천편일률적으로 100m 달리기에 국한할 수는 없다. 부상 부위가 다르고, 회복 속도가 다르다. 개인별 편차, 부상의 특징 등을 고려해서 복귀 스케줄을 잡아야 한다. 옆구리 부상의 경우 타격과 수비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친다. 조금의 통증이라도 남아있을 경우 정상적으로 타격과 수비를 할 수 없다. 타격은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자연스럽게 상체를 돌리는데, 옆구리가 아프면 제대로 스윙을 할 수가 없다. 순간적으로 방향전환을 많이 하는 외야수비도 마찬가지. 부상 재발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주전급 타자가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곧바로 1군 경기를 통해 복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박한이에게 "퓨처스 2~3경기 소화"라는 조건을 달았다. 퓨처스리그서 타격과 수비를 해보고 이상이 없어야 1군에서 쓰겠다는 의미. 류 감독은 "이번 주말에 퓨처스리그에 나설 경우 다음주 (1군)복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주에 퓨처스리그에 나가지 못하면 그 다음주로 밀리고, (1군)복귀는 다음주에도 어려워진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부상자가 완벽히 회복되기 전까진 절대 급하게 복귀시키지 않고, 어지간한 부상이라면 쉬게 하는 류 감독 특유의 선수 관리 원칙이 잘 드러난 부분이다.
[박한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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