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송신영을 배워야 합니다."
토종 선발진 육성은 넥센의 해묵은 과제. 염경엽 감독은 임기 중 반드시 확실한 토종 선발진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넥센에는 최근 수년간 풀타임 10승 투수로 성장한 케이스가 전무하다. 올 시즌 한현희, 송신영 등을 선발로 활용하며 재미를 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선린중, 충암고를 졸업하고 2010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31순위로 넥센에 입단한 우완 문성현. 넥센과 염 감독이 애를 태우며 바라보는 투수 중 1명이다. 냉정히 말하면, 지난 5년간 별로 보여준 게 없다. 지난해 데뷔 최다 9승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5.91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여전히 가능성 혹은 잠재력이라는 딱지를 떼어내지 못한 선발투수.
▲소사와 송신영의 차이
헨리 소사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KBO리그서 뛰는 대표적 장수 외국인투수. 확실히 눈에 띈다. 150km대 초, 중반을 넘나드는 포심패스트볼의 위력이 상당하다. 심지어 마음먹기에 따라 갑자기 스피드를 5km 정도 더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타자와의 승부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무기. 염 감독은 5일 목동 삼성전을 앞두고 "세게 던지면 실제로 5km가 더 나오는 건 소사뿐"이라고 했다. 태생적으로 그 정도의 스피드를 내지 못하는 투수도 많다. 그들에게 소사의 패스트볼은 일종의 로망.
다만, 상대적으로 제구와 경기운영능력에서 완벽하지는 않은 부분이 있다. 타자에게 원초적인 부담을 안길 수 있는 빠른 볼을 갖고도 지난해 9이닝당 탈삼진이 7.06개로 그렇게 많지 않았다. 지난해 넥센에서 10승2패를 거뒀으나 평균자책점은 4.61로 높았다. 넥센은 올 시즌 소사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소사는 LG 유니폼을 입었다. 3승3패 평균자책점 3.06으로 순항 중이다. 약점도 있지만, 소사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수.
넥센 선발진에서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투수는 송신영이다. 1999년 현대에서 데뷔한 뒤 풀타임 선발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전천후 불펜투수였다. 하지만, 염 감독은 올 시즌 송신영을 선발로 쓰고 있다. 성적이 인상적이다. 3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심지어 3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 수립. 평균자책점도 0.92.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선발투수 송신영은 일단 성공적이다.
송신영의 패스트볼은 140km대 중반을 넘기지 않는다. 볼 끝은 묵직하지만, 그 자체로 위협적인 무기는 아니다. 대신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을 효율적으로 구사할 줄 안다. 경기운영능력이 뛰어나다. 상대 타자의 유형과 특성, 경기상황과 환경에 맞게 승부한다. 빠르고 강력한 직구만으로도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소사와는 정반대 유형.
▲문성현의 롤모델은 송신영
염 감독은 아직 알껍질을 벗지 못한 문성현이 베테랑 송신영처럼 던지길 바란다. 베테랑 송신영은 5년차 문성현보다 선발 경험은 오히려 적다. 그러나 오히려 선발투수로서 더 위협적인 피칭을 한다. 염 감독은 "문성현이 송신영보다 구위는 더 좋다. (송신영도 구사하는)슬라이더, 커브, 서클체인지업도 다 던질 줄 안다"라고 했다. 하지만, 선발투수 문성현은 선발투수 송신영보다 경기운영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염 감독은 "송신영을 보면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직구, 슬라이더에 커브를 가끔 섞는다. 그러나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슬라이더를 철저히 볼(유인구)로 사용한다. 그리고 포크볼을 가끔 섞는다"라고 했다. 좌우타자를 상대하는 기본 메뉴얼에 차이가 있다는 것. 염 감독은 "문성현은 좌타자, 우타자 상대 볼배합이 비슷하다. 그냥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줄만 안다. 언제 어느 시점에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문성현은 송신영의 경기운영을 배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성현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소사처럼 150km 직구를 펑펑 뿌리는 투수는 아니다. 직구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면, 송신영처럼 영리한 운영이 필수. 염 감독이 볼은 빠르지 않지만, 영리한 피칭을 하는 장원삼과 윤성환(삼성)을 틈이 날 때마다 칭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염 감독은 "자신에게 맞는 볼배합을 찾아야 한다. 장점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넥센에는 젊은 투수들을 이끌만한 베테랑 포수가 없다. 문성현 스스로 더 많이 노력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게 염 감독 생각. 그런 점에서 송신영은 좋은 롤모델이다. 염 감독에게 송신영 얘기를 듣고 마운드에 오른 5일 목동 삼성전서는 5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훈련도 디테일하게
넥센에는 문성현 같은 케이스가 많다. 심지어 문성현보다 자질이 더 좋거나, 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도 있다. 염 감독은 그들에게 일갈했다. "막연하게, 그냥 열심히 해선 안 된다"라고 했다. 그리고 "실전서 써먹을 수 있는 디테일한 훈련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투수가 불펜에서 스트라이크만 넣는 연습을 해선 안 된다. 실제 마운드 위에선 스트라이크 존에서 1~2개 정도 빠지는 볼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게 평상시 연습이 되지 않았을 경우 실전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타자를 유인하기 위해 원 바운드 볼을 던져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연습이 되지 않으면 실전서 실투가 나와 결정타를 맞을 수 있고, 폭투의 가능성도 생긴다.
염 감독은 마찬가지 논리로 "아무리 세게 던져도 구속 5km가 더 나오지 않는다. 소사 외에는 그런 투수는 없다"라고 했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굳이 세게 던지는 데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 구속이 더 나온다고 해서 타자를 100% 잡아낸다는 보장도 없다. 염 감독은 "피칭 훈련을 할 때, 항상 70% 힘으로 던지라고 한다"라고 했다. 연습할 때부터 힘을 빼고 던지는 버릇을 들여야 실전서도 좋은 피칭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문성현(위), 소사(가운데), 송신영(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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