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한화에 권혁이 있으면 kt엔 누가 있느냐.”
kt 정명원 투수코치가 장시환에게 던진 이 한 마디는 전날 이미 55구를 던져 체력적으로 지쳤던 장시환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그리고 이것은 kt의 승리와 함께 장시환 본인의 존재감을 야구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kt는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3차전에서 7-6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kt는 시즌 두 번째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5승 26패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서도 장시환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것도 kt가 6-4로 앞선 7회말 1사 2,3루 위기 상황에서의 등판이었다. 그런데 이날 장시환의 등판은 다소 의외였다. 장시환이 이미 전날 경기서 55개의 공을 던졌기 때문.
전날 kt는 한화에게 8-5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에서 kt는 팀이 7-5로 앞선 6회 1사 2,3루 위기에서 장시환을 등판시켰다. kt 조범현 감독이 현 시점에서 신인 선수 일색인 불펜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자원이 장시환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이 믿음에 보답했다.
장시환은 마운드에 올라와 조인성을 투수 땅볼 처리하더니 대타 한상훈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최고 153km까지 찍히는 빠른 공을 계속해서 구사하며 조인성과 한상훈을 요리했다. 이후에는 완벽한 투구의 연속이었고, 결국 팀의 8-5 승리를 지켰다. 이날 장시환은 3⅔이닝 동안 55개의 공을 던져 5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이랬던 투수가 이튿날 곧바로 최대 승부처에서 다시 등판한 것이다. 사실 이날 경기 전 조범현 감독은 장시환에게 “어깨가 괜찮냐”고 물었고 장시환은 씩씩한 목소리로 “예. 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팀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면 장시환 본인은 전날 몇 개의 공을 던졌는지는 관계없이 경기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이런 대답에도 조 감독은 그의 등판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조 감독은 “당분간 장시환은 지금처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일단 오늘 리드하는 상황이 된다면 1~2이닝 정도만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kt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이 상황은 7일 경기서 실제로 발생했다. 그런데 그 시점이 예상보다 다소 일렀다. 8~9회 정도에 내보내고 싶었던 장시환을 경기가 뒤집힐 수도 있는 7회말 위기 상황서 출전시킨 것이다.
장시환은 7회 등판해 폭투와 함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6-6 동점을 내줬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 같은 걱정은 기우였다. 8회를 완벽히 막은 장시환은 9회초 장성우가 결승 희생플라이를 때려 7-6 리드를 잡자 9회말 등판해 팀 승리를 지켰다. 2⅔이닝 동안 36개의 공을 던져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2승(1패 2세이브)을 따냈다. 지칠 법도 했지만 이날도 장시환은 최고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구사했다.
경기 후 만난 장시환은 “정명원 코치님께서 농담 삼아 한화에 권혁이 있으면 kt엔 누가 있느냐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듣고 나니 더 이기고 싶었다”며 정 코치의 말 한 마디로 승부욕이 더욱 자극됐다고 말했다.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오히려 장시환은 이를 승리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불태우는 계기로 삼았다.
이어 그는 “어깨가 뭉친 것을 빼면 연투임에도 생각보다 컨디션이 괜찮았다”며 “꼭 이기고자 하는 생각으로만 마운드에 섰다. 이어 “특히 마지막 김경언 선배를 막아 팀의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싶었다. 팀이 연승을 거둬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시환은 “이번 주는 이제 개점휴업”이라고 웃으며 말하며 주말 LG와의 홈 3연전에는 등판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틀간 무려 91개의 공을 던진 투수가 남은 3일간 또 다시 등판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그러나 그는 팀의 시즌 두 번째 위닝시리즈와 2연승을 이끌며 확실한 팀의 필승 카드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장시환. 사진 = kt 위즈 제공,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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