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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맘', 과연 정의가 승리한 걸까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극본 김반디 연출 최병길)은 어두운 권력의 실체로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했다.
▲ 학교 폭력 아닌 사회 고발 드라마
당초 학교 폭력을 다룬 드라마로 세간에 알려졌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앵그리맘'이 다룬 건 더 거대한 몸집의 어둠이었다.
학생 사망 사건 뒤에는 여학생을 탐한 교사의 그릇된 욕망뿐 아니라 대권후보까지 연루된 비리 커넥션이 치밀하게 얽혀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 학교 붕괴 사고 장면에선 은폐하는 데 급급한 어른들의 추악한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 썩은 고리의 맨위, 대통령 있다?
특히 마지막회에서 몰락 위기에 처한 악인 홍상복(박영규)은 청와대에 손길을 뻗었다. 검사의 징역 6년 구형에도 결국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으나, 이마저도 3개월 만에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청와대는 "간비대증이 급격히 악화돼 돌연사 우려가 있어 인도적 차원의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었다.
출소한 상복은 청와대의 누군가로 보이는 흰 구두의 남성을 만나 "제가 전해드린 그 물건 잘 받으셨는지요"라고 했다. 이 남성은 "지금은 외국 순방 중이시라 인사 말씀 전해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이 추정되는 대사였다.
상복은 "아무튼 그 물건이 대한민국을 발칵 들었다놨다 할 수 있는 핵폭탄이란 것 잘 아시겠죠. 제 목숨을 걸고 드린 것입니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정황상 상복은 핵심 비리 장부를 건넨 것으로 보였다. 대통령까지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상복은 이 흰 구두의 남성에 의해 최후를 맞았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 비리의 실체를 알고 있는 상복의 죽음까지 주도했다는 암시였다.
파격적인 전개였다. 검은 권력의 실체로 대통령을 지목했다는 것만으로도 파격이었다. '대통령'이란 단어가 직접 언급되진 않았으나 시청자들이 '대통령'을 떠올리기 충분한 묘사였다.
법정에서 비리가 밝혀진 수찬이 다급한 목소리로 "내가 그분 만날 테니까 얼른 보도 통제하고. 나 그분 만나야 해! 그분!"이라며 찾던 '그분' 역시 대통령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 과연 정의의 승리인가?
그래서 씁쓸함을 남긴다. 상복이 몰락했지만 정의의 편인 조강자(김희선), 박노아(지현우)가 이겼다고 받아들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상복은 결국 3개월 만에 특별사면 된 것이고, 이는 강자와 노아의 힘이 닿을 수 없는 대통령의 의지였다. 악인 상복의 죽음 역시 정의의 판단이 아니었다. 더 큰 권력이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악행이었을 뿐이다. 애당초 악인일지언정 '죽음'이 곧 정의를 의미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지막 장면에서 학교는 평화를 되찾았으며, 학생들은 다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단체 사진에선 학교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학생들은 함께하지 못했다. 그리고 진짜 검은 권력은 그 순간에도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렇게 '앵그리맘'은 마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강자는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세상에 더 많은 강자들이 생겨나면 좋겠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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