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스카우트 분야에 투자를 많이 했다."
선두를 질주하는 삼성. 외국인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띤다. 알프레도 피가로가 7경기서 4승2패 평균자책점 3.89, 타일러 클로이드가 6경기서 4승 평균자책점 3.86. 야마이코 나바로도 초반 부진을 딛고 33경기서 타율 0.258 13홈런 27타점 31득점을 기록 중이다. 류중일 감독은 외국인선수들만 보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사실 지난해 릭 밴덴헐크, J.D. 마틴, 야마이코 나바로 조합도 좋았다. 마틴이 9승에 그쳤지만,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2013년 밴덴헐크와 에스마일린 카리대(아네우리 로드리게스 퇴출) 조합은 사실상 최악이었지만, 2012년 미치 탈보트, 브라이언 고든, 2011년 덕 매티스, 저스틴 저마노(카도쿠라 켄, 라이언 가코 퇴출) 등 류중일 감독 부임 이후 2013년 정도를 제외하고는 삼성의 외국인선수 농사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시스템 개선
류중일 감독은 1999년 은퇴 후 쉬지 않고 삼성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왔다. 삼성의 외국인선수 흑역사를 너무나도 잘 안다. 8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솔직히 이제까지 삼성은 외국인선수를 제대로 뽑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외국인선수 농사를 실패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룹 고위층에도 보고가 들어갔고, 내부적으로 욕도 많이 먹었다"라고 했다.
스카우트 시스템을 뜯어고쳤다. 스카우트팀을 1~2팀으로 나눴다. 1팀이 국내선수, 2팀이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를 맡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과거에는 미국에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담당자가 상주했지만, 이젠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카우트팀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예전보다 외국인선수영입 시스템이 효율적이다.
류 감독은 "스카우트팀이 계속 연구를 하고 있다. 영입 가능한 선수 리스트를 미리 확보한다. 1순위에게 접근해서 안 되면 2순위에게 접근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어 류 감독은 "스카우트팀이 후보군을 뽑아주면 과거 영상물을 통해 검증을 거쳐 순번을 매긴다. 그리고 순번이 정해졌으면 최대한 빨리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과거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초창기에는 구단별로 책정한 예산의 편차가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선수를 잘 뽑는 게 팀 성적에 직결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이후, 대부분 구단이 외국인선수 영입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인다. 최근엔 외국인선수 영입 비용 상한선이 공식적으로 폐지되면서, 너도나도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때문에 스피드가 생명. 어차피 구단들이 우선순위로 매기는 외국인선수 리스트는 비슷하기 때문. 실제 피가로만 해도 다른 몇몇 팀에서도 군침을 흘렸던 자원이라는 야구관계자들의 평가가 많다. 그러나 삼성이 재빨리 접근했고, 사인을 받아냈다.
▲KBO리그 적응이 중요하다
류 감독은 스카우트 못지 않게 외국인선수들의 팀 적응을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여겼다. 그는 "여기서 못 하는 투수가 메이저리그에 가서 잘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라고 했다. 실제 몇몇 투수들이 한국을 거쳐 마이너리그로 돌아간 뒤,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케이스가 있다. 피츠버그 강정호의 동료가 된 레다메스 리즈(전 LG)가 대표적 사례.
류 감독은 "외국인투수가 실패하는 건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도 그렇고 모든 팀이 그 지역에서 나름대로 검증된 선수를 뽑아온다. 결국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게 대다수라고 본다"라고 했다. 외국인선수가 아무리 좋은 커리어를 갖고 있더라도 한국 특유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국과 미국, 도미니카 공화국 등은 언어뿐 아니라, 음식, 사고방식 등이 조금씩 다르다.
삼성 외국인선수들은 국내선수들과 장난도 치고 잘 어울린다. 경기 전 박석민과 나바로가 서로 투덜거리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류 감독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저것 봐라. 매일 싸운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선수가 야구장에 나와서 가만히 앉아있다가 야구만 하고 숙소에 들어가서 또 혼자 가만히 있으면 얼마나 외롭겠나. 국내선수들이 쇼핑이라도 같이 해주고 말벗이 돼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삼성은 류 감독의 지시에 따라 외국인선수의 국내생활에도 세심히 신경을 쓴다. 예를 들어 외국인선수 가족을 대구로 초청,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한다. 구단 입장에서 돈은 들겠지만, 외국인선수의 국내 적응 및 향수병 방지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외국인선수 농사는 복불복이라는 말도 있다. 스카우트 과정, 한국 적응 등에서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그 속에서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고, 외국인선수 농사 성공률을 끌어올렸다. 그만큼 구단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위에서부터 피가로, 클로이드, 나바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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