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올해 칸 국제영화제는 19편의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프랑스 여성 감독 에마뉘엘 베르코 감독의 ‘라 테트 오트’로 문을 여는 이번 영화제는 유럽영화의 강세 속에서 아시아 거장 세 명의 작품이 과연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을 끌고 있다.
유럽영화 강세 이번에도 지속될까
최근 3년간 황금종려상은 유럽이 가져갔다. 2012년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 2013년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 2014년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의 ‘윈터슬립’은 모두 유럽영화였다.
최근 몇 년간 유럽영화와 영미권 영화가 양분했지만, 지난해부터 유럽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장편 경쟁 부문에 오른 18편의 작품들 중에 개막작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포함한 10편이 유럽영화였다. 특히 프랑스 출신 감독의 영화가 5편이나 이름을 올렸다.
올해도 자크 오디아르 ‘디판’, 스테판 브리제 ‘심플맨’, 발레리 돈젤리 ‘마르그리트와 줄리엔’, 마이웬 르 베스코 ‘몬 로이’,귀욤 니클로스 ‘밸리 오브 러브’등 다섯 편의 프랑스 영화가 초청됐다.
이탈리아 영화는 난니 모레티 ‘내 어머니’, 마테오 가로네 ‘더 테일 오브 테일즈’, 파올로 소렌티노 ‘유스’ 등 세 편이다.
이밖에 헝가리 라스즐로 네메스의 데뷔작 ‘사울 피아’, 노르웨이 요아킴 트리에의 ‘라우더 댄 밤즈’, 그리스 지오르고스 란디모스의 ‘랍스터’가 황금종려상을 놓고 각축을 벌인다.
영화계가 주목하는 작품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디판’이다. ‘러스트 앤 본’ ‘예언자’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등에서 알 수 있듯, 스토리와 스타일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 반열에 오른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또 다시 사회적 소수자를 다룬다. ‘디판’은 프랑스로 도피한 두 남녀와 한 아이가 주인공이다. 정식 시민권을 받기 위해 가족 행세를 하던 세 사람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위해 파리 외곽으로 향한다는 내용이다.
‘예언자’에서 냉혹한 감옥의 정치학과 함께 프랑스 사회 내 소수자인 이민자 계급갈등의 사회학을 밀도있게 그려냈던 감독이 이번엔 어떤 스타일로 사회적 문제를 녹여낼지 관심거리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빛나는 ‘그리이트 뷰티’의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유스’를 들고 칸을 찾았다. 은퇴를 선언한 세계적인 지휘자 프레드(마이클 케인)와 그의 오랜 친구이자 유명 영화 감독인 믹(하비 케이틀)이 알프스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며 지나온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한편, 영국 왕실은 프레드에게 그의 대표곡인 심플송(Simple Song)을 공식 행사에서 연주해달라고 요청한다.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 조수미 섭외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심플송에 관한 비밀이 있는 프레드는 이를 거절한다. ‘아름다운 시절에 바치는 또 한편의 헌사’를 바치는 영화다.
칸이 주목하는 북유럽 신예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라우더 댄 밤즈’는 ‘라쇼몽’ 스타일의 인물별 플롯 구성과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명 종군 사진 작가 라우라(이자벨 위페르)의 특별 전시를 위해 남편과 두 아들이 3년 만에 모인다. 조금씩 각자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가브리엘 번, ‘소셜 네트워크’의 제시 아이젠버그 등이 출연한다.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감독의 ‘랍스터’도 흥미롭다. 칸 영화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SF코믹 로맨스 장르다. 디스토피아의 가까운 미래, 싱글족은 45일 이내에 상대를 찾아야한다. 만약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해 숲 속에 버려진다는 이야기다. 콜린 파렐과 레이첼 와이즈, 레아 세이두가 호흡을 맞춘다.
헝가리 출신의 라스즐로 네메스 감독의 데뷔작 ‘사울 피아’도 관심을 끌고 있다. 데뷔작이 칸 경쟁부문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주목도가 높은 영화다. 칸은 거장에 대한 예우를 지킨다. 신인감독이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는 것은 걸작을 만들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지난 10년의 역사를 봐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2007년 크리스티안 문쥬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이 거의 유일하다.
라스즐로 네메스 감독은 헝가리의 작가주의 감독 벨라 타르 밑에서 영화를 배웠다. 작가주의 영화 전통의 수혜를 받은 그는 이번 영화에서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을 다룬다.
올해도 유럽영화 전통의 강세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위부터 ‘라 테트 오트’‘디판’ ‘유스’‘라우더 댄 밤즈’‘랍스터’]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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