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T발 승률 인플레이션은 계속될까.
10구단 KT가 지난주 한화, LG와 6연전을 치렀다. 이로써 기존 9개 구단과 최소 한 차례 이상 3연전을 소화했다. KT가 시즌 초반 형님 구단들에 승수를 마구 헌납하면서 'KT 폭탄 돌리기', 'KT발 승률 인플레이션'이란 말이 나왔다. KT의 기본적인 전력이 약하기 때문. 실제 KT를 시즌 초반에 만났던 팀, 심지어 두 차례(3연전) 만났던 팀들은 상대적으로 시즌 초반 순위싸움서 이득을 봤다.
9개 구단과 KT가 최소 한 차례의 3연전을 치른 현 시점. 실제 KT발 승률 인플레이션은 존재했다. 분명한 건 KT는 LG, 롯데와의 연이은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했고, 팀 분위기를 바꿨다는 점. KT를 가장 늦게 상대한 한화, LG가 지난주 KT에 1승2패 루징시리즈를 기록한 건 간과할 수 없는 부분. 향후 순위싸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T발 인플레이션, 숨은 의미
LG와 한화를 제외한 모든 팀이 KT를 상대로 재미를 봤다. SK가 5승1패, 삼성과 두산이 4승으로 가장 큰 이득을 봤다. 세 팀은 각자의 홈과 수원을 오가며 모두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NC와 KIA도 3승, 롯데도 2승을 따냈다. 넥센은 목동에서 KT에 사상 처음으로 위닝시리즈를 헌납했으나 수원 원정을 스윕하며 4승2패 우위. 반면 트레이드로 팀을 정비한 뒤 만난 한화와 LG는 KT에 1승2패로 뼈 아픈 루징시리즈를 떠안았다.
KT를 이미 두 번 상대한 팀, 그리고 1~3위 삼성, 두산, SK가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KT전 전적을 뺀 성적을 뽑아보자. 순위변화는 있었다. 그런데 KT발 인플레이션 효과를 봤던 삼성, 두산, SK는 KT전 결과를 빼더라도 그대로 리그 승률 1~3위다. 삼성이 18승12패(0.600)로 1위, 두산이 16승12패(0.571)로 2위, SK가 14승12패(0.538)로 3위. 심지어 넥센도 15승13패(0.536)로 그대로 4위.
5~9위가 요동친다. 5위 NC는 KT전 결과를 빼면 15승15패로 승률 5할. 그런데 6위 한화가 KT전 결과를 빼면 16승14패, 승률 0.533으로 넥센에 근소하게 뒤지면서 5위다. 결국 NC와 한화는 KT전 결과를 뺀 순위는 서로 맞바뀐다. 7~9위도 요동친다. 본래 7위 KIA, 8위 롯데, 9위 LG였는데, KT전 결과를 빼면 7위는 LG(14승18패, 승률 0.438)다. 롯데(13승19패, 0.406)가 8위를 지키고, KIA(12승18패, 0.400)가 9위로 내려간다.
현재 상위권을 형성한 삼성, 두산, SK는 KT발 인플레이션의 최대 수혜자다. 하지만, KT전 성적을 빼더라도 그대로 상위권인 건 결국 객관적 전력 자체가 가장 안정적이라는 의미. 반면 5위 이하 중, 하위권 팀들은 KT전 결과를 빼니 상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위 변화의 폭이 컸다. 그대로 중, 하위권을 맴돌았다. 결국 KT전 결과와는 별개로 그만큼 시즌 초반 전력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KT발 부담의 또 다른 의미
시즌 초반 KT를 제외한 9개 구단으로부터 KT발 '폭탄돌리기'라는 말이 나온 건 KT가 지속적으로 승수를 헌납하면서 자칫 처음으로 패배하거나 위닝시리즈를 하지 못하는 팀이 되는 걸 서로 피하고 싶었기 때문. 그래서 오히려 KT를 상대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최근 KT를 바라보는 부담의 시선은 약간 달라진 듯하다. 이미 KT에 패배, 심지어 위닝시리즈를 허용한 팀도 3팀이나 나왔다. 물론 여전히 KT에 패배하면 2패를 한 것 같고 부담스러운 듯한 느낌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KT는 지난주 한화, LG와의 6연전을 통해 확실히 시즌 초반보다 정비된 경기력을 보여줬다. 지방구단 한 감독은 "요즘 KT가 제일 부담스럽다. 나중에 붙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수도권구단 한 코치도 "KT가 트레이드를 한 뒤 분위기도 좋아지고 전력도 안정된 것 같다. 앞으로 쉽게 보면 안 될 것 같다"라고 했다. 시즌 초반엔 폭탄 돌리기의 부담이었다면, 지금은 객관적 전력과 기세 자체가 만만치 않다는 부담이 더해진 모양새다.
▲모든 팀은 KT와 16번 만난다
기본적으로 KT발 승률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구단의 감독도 "5할을 하고 있는 팀이 4~5위를 한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했다. 12일 현재 6위 한화까지 5할을 넘겼다. KT가 시즌을 치르면서 점점 전력을 정비, 심심찮게 이변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은 현장에서도 동감하는 부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냉정히 살펴보면 KT 전력은 여전히 약하다. 쉽게 말해서 8~9월 순위싸움이 치열해질 때 KT전 패배는 팀 분위기 측면에서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차피 모든 팀에 조건은 같다. 9개 구단은 공평하게 KT와 홈에서 8경기, 수원에서 8경기를 치른다. KT발 승률 인플레이션을 만들 수 있는 기회, 심지어 KT에 고춧가루를 맞을 위기도 똑같이 주어진다는 의미. 다만, 그 시기만 다를 뿐이다. 결국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주전들의 부상, 투타 사이클에 의한 팀 흐름의 변화 폭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건 9개 구단 모두 KT를 만나든, 다른 어느 팀을 만나든 똑같이 중요한 사실.
현 시점에서 KT발 승률 인플레이션의 최대 수혜자 삼성, 두산, SK는 KT를 만나지 않더라도 리그에서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진정한 강팀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KT발 승률 인플레이션 혹은 고춧가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쓸 필요도 없고, 완전히 간과하는 것도 곤란한 이유다.
[KT 선수들과 타 구단과의 대결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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