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조선 최대의 폭군 연산군과 '왕 위의 왕'이 되고픈 간신, 강한 악의 맞대결로 파멸의 뿌리를 그린다.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 제작 수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욕망으로 가득찬 조선 최악의 폭군 연산군(김강우)과 그를 쥐락펴락했던 희대의 간신 임숭재(주지훈), 그리고 채홍(採紅) 사건을 중심으로 숨가쁘게 131분을 달려간다. 일찍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민규동 감독의 첫 19금(禁) 영화 '간신'은 노출, 정사라는 에로틱 코드와 불안한 권력을 악의 행동으로 서슴지 않고 펼쳐내는 연산군의 극악무도 행동으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영화 속 주요 소재인 채홍은 연산군 11년, 장악원 제조로 있던 임숭재와 그의 아버지 임사홍(천호진)을 채홍사로 임명해 조선 팔도 각지의 미녀를 색출해 궁으로 들이도록 명한 사건이다. 민규동 감독은 역사적 사실인 채홍 사건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연산군의 포악한 모습들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역사적으로도 최악의 폭군으로 기록돼있는 연산군이 집권하던 시기였지만 임사홍·임숭재 부자(父子)를 중심으로 한 작품은 없었다. 연산군의 어머니인 폐비 윤씨를 구실로 연산군을 부추겨 갑자사화를 주도한 인물인 임사홍과 연산군의 총애를 한몸에 받은 임숭재의 권력을 위한 몸부림과 절규는 처절하게 표현됐다.
연산군을 소재로 했던 여타의 작품과 달리 다른 시각의 이야기를 펼쳐낸 '간신'은 1만 미녀들이 왕에게 간택받기 위해 거치는 혹독한 수련 과정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큰 스크린에 다소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한 여자들의 수련 모습과 큰 입, 가는 발목, 높은 체온 등을 가져야하는 채홍의 조건들은 당시 혹독한 사건이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연산군으로 분한 김강우는 어머니를 잃은 결핍과 분노, 슬픔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했다. 가히 그동안의 연기 중 최고로 여길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캐릭터에 몰입했고 완급조절도 능수능란하게 해냈다. 또 기존의 목소리톤에서 변신을 꾀한 주지훈은 종이 한 장 차이인 충신과 간신 사이를 표현해내며 김강우와 제대로 된 호흡을 보였다.
또 '간신'은 유려한 칼춤과 뛰어난 미모로 저잣거리에서 군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백정의 딸 단희(임지연)와 조선 최고의 기생 설중매(이유영), 어머니에 대한 연산군의 깊은 상처를 이용해 총애를 얻은 장녹수(차지연) 등 강렬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세 여성 캐릭터를 통해 검무와 판소리 뿐만 아니라 포악한 연산군과 간신 임숭재의 머릿속을 쥐고 흔드는 극적 긴장감을 선사한다. 당초 두 남자의 또렷한 대결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간신'은 세 여성 또한 전면에 나서 극의 뿌리가 되는 '권력의 파멸'을 이야기한다. 특히 차지연은 극중 장녹수 역과 함께 내레이션 판소리까지 선보이며 연산군과 임숭재의 비극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연산군에게 '하룻밤에 천년의 쾌락을 선사할' 채홍에서 뽑힌 운평 중 간택된 자들을 흥청이라 했는데, 여기서 '흥청망청'이라는 단어가 유래됐다고 하니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파격적인 19금 장면이 즐비하지만 포악한 권력과 욕망의 최후, 그리고 현재 우리 세대에게 주는 메시지와 경고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오는 21일 개봉.
[영화 '간신' 포스터, 스틸컷.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