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기대 이상이었다.
삼성 미남 타자 구자욱. 채태인이 돌아오면 꼼짝없이 벤치로 물러날 것으로 보였다. 류중일 감독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수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12일 대구 한화전을 앞둔 류 감독은 생각을 바꿨다. 구자욱을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표면적인 원인은 그동안 박한이의 공백을 잘 메웠던 우동균의 타격감 저하.
하지만, 류 감독은 구자욱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다. 개막 후 바닥을 향하던 타격감이 4월 말 이후 다시 올라왔다. 1차적인 위기를 스스로 극복한 것. 또한, 구자욱이 상무에서 우익수를 소화한 경험도 무시할 수 없었다. 류 감독은 "자욱이가 (박)찬도나 (박)해민이 정도까지는 안 되더라도 비슷하게만 수비를 해줬으면 한다. 상무에서 외야를 본 경험도 있고 스프링캠프에서 외야 수비연습을 많이 했다. 호수비를 바라지는 않고 자신의 앞으로 가는 타구만 잘 잡아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우익수 변신 대성공
류 감독은 "예전엔 수비를 가장 못하는 선수가 우익수를 봤다"라고 했다. 좌타자가 많지 않던 시절의 얘기.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류 감독은 "이젠 수비를 가장 잘 하는 외야수가 우익수로 들어간다. 우익수에겐 휘는 타구가 많이 날아가지만, 중견수보다 타자의 스윙 궤적이 잘 보인다. 타자의 스윙을 보고 움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구자욱의 우익수 수비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매우 안정적이었다. 이날 한화 타자들은 유독 구자욱 쪽으로 타구를 많이 날렸다. 구자욱은 능숙한 펜스 플레이로 한화 주자들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데 앞장섰다. 좌우 움직임의 범위도 넓었다. 중견수 박해민과의 위치 선정 및 타구 처리, 내야수와의 연계 플레이 모두 깔끔하게 소화했다.
결정적인 장면도 나왔다. 8회초 1사 2루 상황서 정근우의 타구는 우중간을 완벽히 가르는 듯했다. 경기 흐름상 승부를 가르는 타구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구자욱은 재빨리 판단했다. 안전하게 원 바운드로 처리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몸을 낮추면서 절묘하게 타구를 걷어냈다. 3루로 향하던 2루주자 김경언마저 주루사 처리했다. 더블아웃. "어깨(송구능력)는 좋다"라는 류 감독의 말이 증명됐다.
돌아온 채태인은 예상대로 강렬했다. 홈런 포함 3안타를 뽑아내며 중심타선을 강화시켰다. 수비력도 명불허전. 리그 정상급 1루 수비수 채태인, 기대 이상의 우익수 수비력을 뽐낸 구자욱이 버티면서 삼성 오른쪽 수비가 탄탄해진 느낌. 구자욱은 타격에서도 8회 극적인 1타점 2루타를 포함 2안타로 제 몫을 했다. 결과적으로 채태인과 구자욱의 공존은 성공적이었다.
▲향후 기대효과
1루수 채태인-우익수 구자욱 시스템이 계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구자욱이 기대 이상의 우익수 수비력을 뽐냈지만, 어쨌든 삼성 우익수는 베테랑 박한이의 텃밭. 박한이는 이번주 퓨처스리그에 참가, 빠르면 NC와의 주말 홈 3연전, 늦어도 다음주초 두산과의 원정 3연전서는 1군에 합류할 수 있다. 류 감독에 따르면 박한이의 옆구리는 이미 회복됐다. 실전 감각만 끌어올리면 1군 합류는 시간 문제.
류 감독은 "박한이가 없으니 허전하다"라고 했다. 박한이가 돌아오면 구자욱은 벤치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견수 박해민이 타격감이 떨어질 때 중견수로 들어가거나, 채태인 대신 1루수로 들어갈 수 있다. 12일 경기를 통해 우익수 경쟁력도 확인했다. 결국 전천후 백업으로 벤치에서 대기하게 된다.
구자욱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백업 타자가 좋은 타격감을 꾸준히 이어가는 건 그리 쉽지 않다. 그의 역량은 이미 퓨처스에서 뛸 레벨이 아니라는 게 입증됐다. 결국 1군 백업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반대로 채태인, 박한이 등에겐 구자욱의 존재가 건전한 자극이 될 수 있다. 삼성 입장에선 채태인, 박한이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구자욱이란 든든한 백업 카드가 추가된다. 채태인과 함께 백업 내야수 김태완도 1군에 가세했다. 삼성으로선 박한이만 가세하면 구자욱, 김태완이라는 슈퍼 백업을 보유하게 된다. 다른 어떤 팀도 갖지 못한 탄탄한 야수진이다.
[구자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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