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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일본 지바 강산 기자] 이대은이 활약 중인 지바 롯데 마린스에는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멕시코 출신 내야수 루이스 크루즈. 지난 2013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의 절친으로 잘 알려졌다. 올해 일본 무대 2년째인 그는 '수비만 잘하는 선수'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팀의 4번 타자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타점 본능으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지바 롯데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전이 열린 13일 일본 지바현 QVC마린필드. 경기 전 지바 롯데 응원석에 멕시코 국기가 눈에 띄었다. 크루즈를 응원하는 팬들이었다. 그들의 유니폼에는 크루즈의 이름과 등번호 47번이 새겨져 있었다.
경기 전 훈련서 크루즈가 멋진 수비를 선보이자 현지 팬 노부히로 마스오, 이토 준 씨는 스페인어로 "힘내라 크루즈(vamos cruz)"를 외쳤다. 이들은 "크루즈가 최고다. 오늘도 홈런을 때릴 것이다. 지켜보라"고 호언장담했다. 팬들의 사랑을 받는 프랜차이즈 스타 이마에 도시아키, 오기노 다카시보다 더 많은 응원을 받은 크루즈다.
이유가 있다. 크루즈는 올 시즌 35경기에서 타율 2할 8푼 2리(131타수 37안타) 8홈런 34타점 을 기록 중이다. 리그 홈런 부문 공동 3위, 타점 2위다. 그런데 출루율은 3할 3푼 8리로 낮은 편. 타율 2할 4푼 6리에 불과한 윌리 모 페냐(라쿠텐)의 출루율이 4할 3리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일본에서 크루즈에 대한 평가는 "의외성이 있는 타격이 무기인 외국인 내야수"다. 일본 데뷔 첫해인 지난 시즌에는 팀 내 최다인 16개의 홈런(61타점)을 쳤으나 타율이 2할 3푼 8리로 저조했다. 2루수와 유격수, 3루수로 번갈아 나서 보여준 수비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올해는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뽐낸다. 특히 득점권에서 크루즈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득점권 타율이 무려 4할 4푼 4리(36타수 16안타)에 달하고, 2홈런 28타점을 올렸다. 무엇보다 득점권에서 삼진 2개를 당한 반면 볼넷 8개를 골라 나갔다. 희생플라이도 2개 때렸다. 특히 볼넷 8개는 상대 투수들이 득점권에서 크루즈를 얼마나 부담스러워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
특히 지난 5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전부터 10일 세이부 라이온즈전까지 4경기에서 타율 5할(16타수 8안타) 3홈런 9타점 6득점의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남겼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12년 다저스에서 78경기 타율 2할 9푼 7리 6홈런 40타점을 올리며 기대를 모았으나 그게 끝이었다. 2013년 45경기에서 타율 1할 2푼 7리 1홈런 6타점의 부진을 겪은 뒤 지명할당 조치했고, 뉴욕 양키스와 계약했으나 16경기 타율 1할 8푼 2리, 홈런 없이 5타점으로 반등에 실패했다. 빅리그 통산 195경기 타율 2할 3푼 4리 7홈런 57타점의 성적만 남기고 일본행을 택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쿠바산 거포 알프레도 데스파이녜와 'CD포'를 구축해 약점으로 지목된 팀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13일 소프트뱅크전서는 이대호의 안타성 타구를 기막힌 백핸드 캐치로 걷어내 환호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당분간 QVC마린필드에서 멕시코 국기를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루이스 크루즈. 사진 = 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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