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연일 김용희 감독을 실망시키고 있다.
야구에서 타율은 .300할만 되도 높다고 평가하는 반면 수비는 100차례 기회에서 97번을 성공시켜도 아주 높은 수비율은 아니다. 그런 가운데 SK 와이번스 유격수 김성현의 수비율은 단 .921에 그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그 내용이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고 SK에 입단한 김성현은 2012년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12년 88경기 출장에 이어 2013년 97경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타격에도 눈을 뜨며 주전 유격수로 거듭났다. 122경기 타율 .284 5홈런 43타점 73득점.
그의 포지션인 유격수는 타격보다는 수비가 중시되는 포지션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18개 실책을 기록했다. 송광민(한화·23개), 오지환(LG·20개)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경우에는 주전 유격수 첫 시즌이었기에 성장통이라는 핑계거리가 있었다. 실제로 전반기 다소 불안했던 수비는 후반기 들어 확실히 안정됐다.
올시즌은 다르다.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어야 할 시기지만 수비는 오히려 지난해 후반기보다 훨씬 더 불안하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어려운 타구를 쫓아가다가 실책했을 경우 누구나 납득할 수 있지만 그의 실책 대부분은 평범한 타구 혹은 상황이었다.
이미 김성현은 한 차례 위기를 맞았었다. 5~7일 사직 롯데전에서 연일 불안한 수비로 인해 7일 롯데전과 8일, 9일 삼성전에는 주전 자리를 박진만에게 내준 것. 이 때는 8일 대타 결승 3점 홈런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후 10일 삼성전과 13일 두산전에는 비교적 안정된 수비를 선보였다.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14일 두산전. SK 선발로 나선 김광현은 1회에 이어 2회에도 어려운 상황을 이어갔다. 선두타자 허경민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무사 1루가 됐다. 그래도 김재호를 상대로 2루수 앞 병살타성 타구를 유도하며 2회는 실점없이 끝내는 듯 했다.
투수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도움은 되지 못할 망정 오히려 김광현을 더욱 궁지로 몰아 넣었다. 박계현이 잡은 타구를 2루에서 포스아웃시키려다가 포구를 하지 못한 것. 박계현의 송구는 정확했지만 이를 빨리 처리하려다가 놓쳤다. 이어 민병헌 타구 점프 캐치를 또 다시 놓친 뒤 유격수 자리를 나주환에게 넘겼다. 이것이 빌미가 돼 김광현은 2회에만 4실점했다.
김성현이 연이어 아쉬운 모습을 보이자 '호인' 김용희 감독도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포구 실책으로 김성현의 실책은 10개로 늘어났다. 이 부문 공동 2위 김재호(두산), 강한울(KIA·이상 7개)을 제치고 여유있는 1위다. 수비율 또한 .921를 기록, 5개 이상 실책을 기록한 선수 중 단연 낮다.
김성현은 올시즌 인천SK행복드림구장 그라운드가 바뀌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이저리그식으로 딱딱해져 타구 바운드가 높게 튀어오르는 것. 그러나 이는 모두가 같은 조건이다. 오히려 상대팀 유격수 수비가 안정적일 때가 여러차례다.
공교롭게도 김성현에 이어 등장한 나주환은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부진을 이어가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던 나주환은 예전 자리인 유격수로 모처럼 나서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SK 왕조 시절 주전 유격수 나주환'을 떠올리게 할 만큼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김성현은 분명 좋은 유격수다. 강한 어깨를 갖고 있으며 어려운 타구를 잡아내 아웃카운트를 늘린다. 하지만 유격수는 안정감이 필요한 자리다. 김성현이 현재와 같은 불안한 모습을 이어간다면 언제까지 주전으로 나설지는 알 수 없다. 주전 자리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SK 김성현.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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