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홈런을 치는 건 좋은데 연결이 돼야 한다."
현장 야구관계자들이 각종 수치를 떠나서 "삼성 타선의 짜임새와 파괴력이 리그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투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가장 크다는 것. 실제 삼성 타자들은 승부처에서 대처하는 노림수가 다른 팀 타자들보다 더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부터 5년 연속 한국시리즈라는 극한의 승부를 치렀다. 나머지 9개 구단이 갖고 있지 않은 무기.
그런데 삼성타선의 시즌 초반 타격지표들을 살펴보면 지난해와는 다른 부분이 발견된다. 지난해 팀 타율은 0.301로 1위. 팀 득점권타율도 0.327로 압도적 1위였다. 팀 홈런(161개, 2위), 팀 장타율(0.473, 2위) 등도 리그를 압도하는 수준. 올 시즌에도 홈런은 53개로 여전히 2위다. 팀 장타율도 0.456로 2위로 좋다. 그러나 팀 타율은 0.276(4위), 팀 득점권 타율은 0.279(4위)로 작년보다 수치가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3할타자가 6명이었으나 올 시즌에는 15일 현재 단 2명.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올 시즌 삼성 타선의 애버리지, 찬스에서의 응집력이 떨어진다.
▲안타-안타, 연결이 필요하다
류중일 감독도 체감하고 있다. 14일 대구 한화전을 앞두고 "여전히 홈런은 많이 치고 있다. 홈런을 치는 건 좋은데, 안타와 안타로 찬스가 연결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 어제 같은 경우 구자욱의 홈런 한 방이 아니었다면 1점밖에 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은 13일 경기서 3-0으로 신승했다.
삼성의 팀 출루율은 0.360으로 리그 4위. 그러나 1위 넥센(0.364)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삼성 타자들은 전통적으로 선구안이 좋다. 나쁜 볼을 골라내는 능력이 출중하다. 하지만, 출루를 아무리 잘해도 홈을 밟아야 리드를 잡을 수 있고 이길 수 있는 게 야구. 출루율에 비해 득점권 타율이 뚝 떨어지면서 득점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14일 경기서도 안타 10개와 볼넷 8개, 상대 실책 2개로 20명이 출루했으나 7득점에 그쳤다. 승부처에서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다.
▲외국인투수들의 선전
올 시즌도 여전히 타고투저. 그러나 지난해처럼 10점~15점 핸드볼 스코어가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 현장 관계자들은 "지난해가 지나치게 비정상적이었다"라고 입을 모은다. 류 감독 역시 "더 이상 그래선 안 된다"라고 했다. 타고투저가 약화된 건 각 팀 외국인투수들의 수준이 높아진 영향이 결정적이라는 게 현장의 반응이기도 하다. 류 감독도 수 차례 "올해는 외국인투수들의 수준이 높아진 것 같다. 만만하게 볼 외국인투수가 없다. 타자들이 외국인투수들에게 고전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라고 했다.
대부분 외국인투수는 각 팀 1~2선발. 감독들은 외국인투수들을 중심으로 마운드를 꾸려나가고 있다. 이들이 크게 무너지지 않으면서, 타고투저 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평균자책점 상위 10명 중 7명이 외국인투수.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들 중 3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찍은 투수는 13명. 이들 중 무려 9명이 외국인투수다. 몸값 상한선이 공식적으로 철폐되면서 각 팀들이 외국인투수 선발에 많은 공을 들였고,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조쉬 린드블럼(롯데), 알프레도 피가로(삼성), 메릴 켈리(SK), 라이언 피어밴드(넥센) 등 새 외국인투수들이 상당히 호평 받는다. 각 팀 간판 타자들이 이들을 시원스럽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비단 삼성 타자들만의 고민이 아니라 각 팀 타자들의 공통과제.
▲스트라이크존 미묘한 변화
류 감독이 짚은 또 하나의 변화는 스트라이크 존. 이 부분에선 현장 지도자와 관계자들의 견해가 조금씩 엇갈린다. 그러나 류 감독은 "작년에 비해 높은 볼의 경우 공 반개 정도 높게 들어가는 것 같은데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는 경우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이 역시 심판마다 다른데, 대체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
이 부분은 중요하다. 투수들은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뒤 약간 높은 볼로 유인하는 경우가 있다.타자들은 낮은 공보다 높은 공이 시각적으로 가깝게 느껴진다. 가깝게 느껴지는 공에 방망이가 돌아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타자들의 심리. 선구안이 좋은 타자들은 이 공을 골라낼 수 있다. 그러나 선구안이 좋은 타자가 높은 공을 골라내더라도 스트라이크가 선언될 경우 절대적으로 투수가 유리해진다. 타자가 이를 의식, 배트를 돌릴 경우 파울로 투수를 괴롭힐 수도 있지만, 내야 플라이나 삼진의 가능성이 있다. 물론 투수 입장에서 높은 공을 어설프게 던지다가 장타를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은 "공 반개 정도 높은 코스에 스트라이크가 선언될 경우 투수에게 힘이 된다"라는 생각. 결론적으로 삼성 타자들 역시 투수들의 높은 유인구에 제대로 대처할 경우 애버리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여전히 위력적인 삼성 타선의 애버리지 감소. 단순하게 볼 문제는 아니다.
[류중일 감독과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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