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삼성화재 하면 신치용, 신치용 하면 삼성화재였다. 확실하게 이미지를 굳혔고, 이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감독 신치용'은 이제 볼 수 없다.
삼성화재 구단은 18일 신 감독이 구단 임원으로 보직을 옮기고, 임도헌 코치가 새롭게 지휘봉을 잡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신 감독은 1995년부터 무려 20년간 잡았던 지휘봉을 내려놓고 구단 임원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구단 공식 이관일인 내달 1일부터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산하에서 대전 삼성 블루팡스 단장 겸 스포츠구단 운영담당 부사장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신 감독은 1980년 한국전력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까지 양인택 감독을 보좌하며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그 해 창단한 삼성화재 감독으로 부임해 20년간 지휘봉을 잡았다. 타협 없는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단을 장악했다. 신진식, 김세진, 김상우 등 스타가 즐비했던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끈 게 바로 신 감독이다.
삼성화재는 신 감독의 지휘 아래 V리그 출범 원년인 2005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2007~2008시즌 통합우승을 시작으로 지난 2013~2014시즌까지 7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V리그 역사상 삼성화재 없는 챔피언결정전은 없었다. 2014~2015시즌에는 창단 2년차 OK저축은행에 3전 전패로 발목 잡혔으나 정규리그 우승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신 감독이 가장 중시한 건 다름 아닌 '기본'이었다. 포지션에 상관없이 리시브와 2단 연결 훈련을 시켰다. 센터들도 예외는 없었다. 그는 "배구를 잘하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선수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2단 연결과 서브리시브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에게도 기본기에 충실하고 리시브와 2단 연결만 잘해도 오래 뛸 수 있다고 조언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선수들이 꺼리는 궂은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신 감독의 배구 철학이었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점유율이 워낙 높은 탓에 '몰빵 배구'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우리 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한다"고 했다. 안정된 리시브와 탄탄한 수비, 그리고 2단 연결을 통해 외국인 선수들이 마음 놓고 때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 것.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와 가빈 슈미트(캐나다), 레오 마르티네스(쿠바) 모두 삼성화재식 훈련을 통해 더욱 성장한 케이스다.
그야말로 이기는 배구에 충실했던 신 감독이다. '삼성화재의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뒤집는 건 일도 아니었다. 수비라인의 핵심 여오현(현대캐피탈)의 이적과 석 코치가 은퇴한 2013~2014시즌에도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쥔 게 좋은 예다. 개성 강한 외국인 선수들을 통제하는 것도 신 감독의 몫이었다. 안젤코와 가빈, 그리고 레오는 V리그 데뷔 첫해부터 무시무시한 화력을 뽐냈다. 철저한 분업배구를 통해 외국인 선수들의 능력 최대치를 끌어낸 신 감독이다.
이제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아닌 신치용 제일기획 부사장이다. 배구단 단장을 겸직한다. 그러면서 배구뿐만 아니라 제일기획이 운영하는 수원 삼성 축구단은 물론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용인 삼성 블루밍스 구단의 경기력 향상 등을 담당한다. 제2의 인생이다.
한편 신 감독의 후계자는 임도헌 코치다. V리그 2번째 시즌인 2006년부터 신 감독을 보좌했고, 창단 20년차인 삼성화재의 제2대 감독에 선임됐다. 무려 9년간 신 감독과 함께하면서 전수받은 우승 DNA를 이식할 수 있느냐가 관심거리다.
[신치용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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