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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예

'데뷔 20년' 허정민 "제2의 임창정·차태현이란 말 듣고싶어" (인터뷰)

시간2015-05-25 08:53:30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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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연기가 가장 재밌었던 시기요? 전 지금이에요. 아역배우 시절에는 시키는 걸 한 것이었고, 20대 초반에는 많은 작품을 하면서도 그 소중함을 몰랐죠. 당시에는 여자친구와 사랑이 중요했고, 친구와의 술자리가 더 중요했으니까…. 얼마나 큰 행운을 누리고 있을 줄 몰랐어요. 그 덕에 고생을 하고나니 지금 그 복이 조금씩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진짜 연기 경력은 3년차에요."

MBC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 tvN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 등에서 맛깔 나는 감초로 활약한 배우 허정민이 어느새 데뷔 20년을 맞았다. 최근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배우 박상원의 아역을 연기하며 데뷔한 뒤 배우라는 직업과 함께 살아온 지난 20년을 돌아봤다.

"누군가 '데뷔 20년차'라는 말을 하면 부끄러워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요. '참 가늘게 살아왔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진짜 제 연기를 시작한 건 군대에 다녀온 이후부터에요. 어렸을 때는 뭣도 모르고 시키는 연기를 한 거였고, 군대 다녀와서 3년 정도 제 힘으로 해나가고 있거든요."

허정민은 연기에 대한 생각과 간절함, 태도가 바뀐 제2의 데뷔 순간을 군 제대 직후로 꼽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 '내가 그동안 한 게 있는데 설마 날 찾는 곳이 없겠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한 곳도 없더라고요. 꽤 오랜 시간을 놀았어요. 가장 힘든 시기였죠. 답답해서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채용정보TV를 틀었는데 정말 단 하나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아, 내가 이렇게 쓸모없는 존재구나'라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죠."

좌절을 겪던 허정민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작품은 SBS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과 tvN '연애 말고 결혼'이었고, 연기의 재미를 일깨워 준 작품은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였다. 그래서 허정민은 이 세 작품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군대에 다녀온 이후 오디션에서 탈락한 게 100번 정도 였어요. 심지어 한 조감독은 제게 '경력에 비해 연기가 별로네요'라는 말도 하더라고요. 그 때 '내 연애의 모든 것'과 '연애 말고 결혼' PD님이 절 찾아주셨어요. 작은 역할이라도 해보라며…. '연애 말고 결혼'을 할 때까지도 제가 긴장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촬영이 있을 때마다 잠도 못자고 자신감도 없었고, 낯가림도 굉장히 심한 편이고. 저의 이런 면이 나아지게 된 작품이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요. 수많은 선배 배우들과 어울리며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이제 카메라 앞에서 조금은 놀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물었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겪었던 오랜 방황과 비로소 연기를 즐기게 되기까지. 우여곡절 많은 시간을 겪어온 허정민이 후배 아역배우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지금 아역배우들을 보면 부러워요. 제가 아역을 하던 시절에는 역할이 주인공 아들 밖에 없었거든요. 지금은 드라마도 연령대가 어려지면서 주연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오잖아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6, 7세에 촬영장에 있는 친구들을 보면 괜히 짠해요. '지금 피곤하게 잠 못 자고 고생하면 키가 못 클 수도 있는데…' 같은 생각을 하면서요. 제가 아역배우 출신 중 그래도 키가 큰 편인 이유는 잘 못 나갔기 때문이거든요.(웃음) 아역배우 어머니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하기도 해요.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물론 아이들이 배우를 하지 않는다고 잠을 길게 잘 수 있는 세상은 아니지만…. 그래서 해주고 싶은 말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본 뒤에 연기를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연기 3년차 신인의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는 배우 허정민, 그에게 마지막으로 꿈을 물었다.

"'연기변신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없어요. 동년배 배우 중에서는 생활연기, 감초연기가 가장 자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골을 우려낼 생각이에요.(웃음)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해나가고 싶어요. 왜 세상에는 실장님만 있을까요? 제2의 배우 임창정, 차태현이 왜 나오지 않을까요? 제가 큰 욕심을 낸다면 그런 얘기를 듣고 싶어요. 생활연기에 강한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물론 폼 잡는 것을 잘 못 하기도 하고요. 제 색깔을 살리고 싶어요."

[배우 허정민.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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