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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파격 노출', '파격 변신', '파격 행보' 등 그동안 '파격'이라는 단어는 '아름답다'라는 말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제51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은 '파격'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했다.
제51회 백상예술대상(이하 백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은 영화 '끝까지 간다'의 이선균(40)과 조진웅(39)에게 돌아갔다.
한 영화로 두 명의 배우가 같은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데다, 조진웅의 경우 다른 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니 두 사람이 함께 수상하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아니면 함께 후보에 올랐던 '나의 독재자'의 설경구, '화장'의 안성기, '명량'의 최민식 중 한 명이 최우수 연기상 트로피를 거머쥘 듯 했다. 그 누구도 수상자로 호명되기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트로피의 주인을 점치기 어려웠다.
이례적으로 백상은 이선균과 조진웅의 손을 함께 들어줬다. 제36회 시상식에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출연진들에게 여자신인연기상을 수여한지 15년 만의 첫 공동 수상, 신인이 아닌 남자 연기상 부문에서 공동 수상이 이뤄진 걸로 치자면 지난 제11회 '광화사'에 출연한 김진규, 백일섭의 연기상 수상 이후 40년 만의 공동수상이다.
보통 공동수상이 이뤄지면 '나눠주기'라는 비난의 시선이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이번만은 예외인 듯 하다. 이선균과 조진웅 두 사람이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기 부족함이 없었던 것. 오히려 조진웅의 경우 남자 조연상을 받았던 것이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불러일으킨 터라 이번 공동수상을 환영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두 사람의 수상 모습도 따뜻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이선균이 먼저 호명돼 자신 역시 수상자임을 인지하지 못했던 조진웅은 사랑하는 형의 수상을 격하게 축하해 입가에 미소를 띠게 했다. '선균 형'을 무대 위로 올려 보내고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았음에도 그의 박수는 멈출 줄 몰랐다.
무대 위로 나오라는 말에 얼떨떨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던 조진웅. 이선균은 이런 그를 무대 끝까지 마중나가 뜨겁게 포옹하며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을 보여줬다.
수상 소감에서도 아름다운 우정이 돋보였다. 이선균은 "이런 큰 상을 받아도 될까 죄송스럽고 많이 부끄러운데 진웅이가 옆에 있어 듬직하다"며 "진웅이와 함께 하게 돼 무척 즐겁다"는 소감을 전했다. 조진웅 역시 "영화 한 편을 통해 많은 관객 분들과 좋은 소통을 할 수 있어 행복했고, 더군다나 좋은 형(이선균)을 맞이할 수 있어서 더 없는 기쁨이었다"고 화답해 현장을 훈훈하게 물들였다.
[제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공동 수상한 영화 '끝까지 간다'의 이선균-조진웅(위 사진).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JTBC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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