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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자화자찬이 얄밉지 않다. 자신감이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최근 가수, 연기, 예능을 비롯 라디오 DJ까지 섭렵한 그룹 빅스 리더 엔(본명 차학연) 이야기다.
SBS 파워FM은 지난 2일 봄 개편을 맞아 매일 새벽 2시부터 한 시간 동안 '빅스엔케이팝'(Vixx N K-Pop, 연출 구경모)을 신설했다. 앞서 다수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활약했던 엔은 '빅스엔케이팝' DJ로 발탁돼 청취자들을 만나고 있다.
라디오 인기가 높아지면서 엔은 공약을 내걸었다. 첫 방송 일부터 일주일간 고릴라 게시판 1만개가 돌파하면 고릴라 분장을 하고 방송국에 출근한다는 것. 공약을 내걸자마자 무려 10만개가 훌쩍 넘어섰고 엔은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엔터식스 한양대점 SBS 오픈스튜디오에서 공약을 이행했다.
이날 엔은 귀여운 고릴라 잠옷을 입고 팬들 앞에 등장했다. 쑥스러운 듯 연신 웃었지만 공약과 함께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는 진중한 모습의 엔으로 취재진을 만났다.
먼저 엔은 빅스 멤버들 반응부터 전했다. '빅스엔케이팝' 게스트로 출연중인 켄이 질투를 많이 한다고. 엔은 "같이 라디오 하는데 내 멘트를 많이 빼앗아 가더라"고 폭로한 뒤 "많이 축하해 주는데 켄도 DJ를 하고 해보고 싶다고 했다. 넘겨줄 의향? 전혀 없다. 1%도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첫방송 때 오프닝 시그널이 끝나고 오프닝을 읽는데 되게 많이 떨렸어요. 전 떨리는 목소리가 저한테 들리거든요. 그 때 진짜 많이 떨었는데 코너 시작하자마자 긴장이 풀리더라고요. 멤버들과 같이 하기도 했고 '내 라디오니까 내 마음대로 해볼까?' 하는 자연스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말이 빠르기도 하고 발음이 꼬이기도 하고 떨리는 목소리가 많이 들려요. 긴장을 안 하는 스타일인데도 떨림이 크더라고요."
앞서 라디오 게스트를 하며 입담을 갈고 닦은 엔이지만 확실히 한 라디오의 주인이 되는 것은 어려웠다.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라디오 DJ이지만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됐다. 그래서 선곡에도 신경 쓰고 팬들과의 소통에도 힘쓴다.
클로징 멘트도 만들었다. 소속사 선배 성시경의 '잘자요~'를 어느정도 의식하며 '꿈에서 만나요'라는 마무리 인사를 한다. 최대한 다정하고 설??만 하는 마음에 선택한 멘트다. 직접 아이디어를 낸 고정 코너도 두개나 있다. 아날로그한 라디오를 꿈꿔 만든 '사연N신청곡'과 신인들과 만나고 싶어 기획한 '다 뜰 준비가 돼있어'다. 제작진과의 합도 잘 맞아 그야말로 '즐겁게' 진행하고 있다.
"라디오 고정을 하면서 느낀 매력이 많아요. 물론 방송이 잘 돼 있으니 표정을 보는 것도 있지만 오히려 요즘에는 목소리만 듣는 라디오가 더 진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더 그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고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라디오를 추천해주고 싶고 라디오를 하는 이유죠. 방송으로 보면 선입견이 많이 생길 수 있는 것 같은데 라디오로 듣는 그 사람은 딱 그 사람으로 압축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그 사람, 솔직한 사람이 나오는 것 같아 아날로그한 라디오가 좋아요."
사람 많은 가로수길이나 명동 거리를 눈치 보지 않고 걸어다니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엔은 라디오에서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더 라디오에 애착이 크다. "연예인들은 일상적인 것들을 많이 하고 싶다고 하잖아요. 근데 라디오엔 정말 일상적인 우리 이야기가 있다"고 강조한 엔은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면 이상하지만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엽서로 사연이 오니까 되게 설레더라고요. 기분이 몽글몽글하다고 했어요. 그 말이 떠올랐죠.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런 매력이 좋은 것 같고 추억이 됐어요. 옛날 물건에 애착이 많은 편이에요. 그 물건을 보면 그 때 생각이 나서 좋은데 라디오에 그런 매력이 있죠. 옛날에 라디오를 듣던 분들도 다시 라디오를 들으면 좋지 않을까요? '나도 그랬어' 그런 공감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하고 저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니 여러분의 친구이고 남동생이고 오빠, 형이라고 말할 수 있죠. 해외 팬들이 많이 듣다 보니까 한국말 공부하는 분들도 듣기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재밌기도 하니까."(웃음)
새벽 2시라는 늦은 시간대 편성에 아쉬움은 없을까. 엔은 "처음엔 밤 10시 타임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새벽 2시라서 정말 매력 있고 좋다"고 답한 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는데 라디오 시작하고 나서는 오히려 강점이 된다. 새벽 2시라서 오히려 더 솔직하게 하고 더 많은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꾸밈 없이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팬들이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무조건 들어라라고 강요하지 않긴 하지만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와도 좋을 정도의 라디오인것 같아요.(웃음) 많은 작가님들께서 제 라디오의 강점은 '다정함'이라고 하셨어요. 듣고 있으면 오빠가 다정하게 나를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도 들고 새벽 2시라고 해서 조용하고 잠 오는 라디오라기보다 재미있고 신나는 라디오죠. 오히려 새벽에 일하는 분들이 잠을 깨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듣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들어도 다정하고 재미있어요. 전 없는 소리는 안 해요. 잘 하는건 잘 한다고 해요. 국장님께서도 '한 10년 한 애 같다'고 하셨어요. 더 자신감을 얻고 자신있게 하고 있어요. 근데 이거 다 다른 사람들 말을 빌려서 하는 거예요."(웃음)
이토록 라디오 DJ 자리를 훌륭하게 소화해낼 수 있었던 데는 선배들의 도움도 컸다. 김신영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출연자, 청취자가 모두 즐거울 수 있는 모습에 라디오 DJ 꿈을 더 키웠다. 슈퍼주니어 려욱 역시 조언을 많이 해줬다. 려욱은 제일 중요한 것은 편안함이라며 엔의 장점을 이야기 해줬다. 그 결과, 엔은 "실제로 잘 하고 있다"며 자화자찬을 잊지 않았다.
"라디오를 하면서 아직 잃은 게 없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경험이 많이 되죠. 한 자리의 주인이 돼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도 하는 DJ가 정말 멋있어서 DJ가 하고 싶었는데 DJ를 하다보니 라디오 매력을 더 알게 됐죠. 제게 '빅스엔케이팝'이란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이 차학연이에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를 듣고 힐링 받았으면 좋겠어요. 더 제 라디오를 알았으면 좋겟고 차학연으로서의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라디오 진행과 함께 빅스 데뷔 3주년을 맞은 감회도 남다르다. "데뷔 3주년이 됐을 때 옛날에 쓴 일기장을 봤어요. 연습생 때 저한테 쓴 편지들도 읽어 봤는데 '라디오 DJ가 된 학연아'라면서 쓴 게 있더라고요. 꿈을 이뤘죠. 그 3주년이 뿌듯하고 감사했어요. 이렇게 행복한 3주년을 맞게돼 좋았어요. 뭔가 없는 3주년이 아니라 뭔가를 이룬 3주년이라 기분 좋고 찡하면서 잘 살았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라디오를 통해 뭔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것도 뿌듯해요. 일단 지금은 연기, 예능, DJ 모든 게 자리 잡지는 않은 것 같아요. 물론 가수 엔으로서는 계속 자리를 잘 잡아나가고 있고 제가 생각하는 색깔대로 잘 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이 부분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라디오 DJ를 하며 자신은 물론 빅스를 돌아보기도 한다. 최근 핫샷과 하트비가 기억에 남는다는 엔은 이들의 모습에서 빅스를 보기도 했다. 신인 그룹들과 라디오를 한 뒤 숙소에 돌아가 멤버들을 보니 뭔가 찡한 마음이 들고 묘했다. 멤버들을 한번씩 안아주고 오랜만에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핫샷, 하트비를 보면서 처음에 빅스가 긴장하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아무래도 신인이다보니 그랬고, 형, 동생 하는 서로의 관계도 빅스와 비슷하더라고요. 설명하기가 힘든데 묘하다는 표현이 제일 잘 맞는 것 같아요. 빅스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후배들을 보며 뿌듯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가수 엔과 DJ 엔을 "정확하게 엔과 차학연"이라고 비교한 엔은 "가수로서의 저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자화자찬한 뒤 "가수로서의 엔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포장돼 있는, 내 끼를 무대에서 발산할 수 있는 내면의 포스가 있고 섹시한 엔이라면 차학연은 좀 더 믿음직스럽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가수로서 노래할 때 전 제 목소리를 되게 좋아해요. 팬들이나 들어주는 분들은 '구름을 떠다니는 것 같다'고 해요.(웃음). 저는 담백해서 좋은 것 같아요. 테크닉이 많은 가수는 아니고 제가 느끼는 그대로 제 목소리를 표현하는 게 강점이에요. 좋아하는 음악을 하다 보니 제가 노래하고 춤 추는 게 좋아요. 누가 강요한 무대가 아니라 가수로서의 엔도 매력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엔 아닌 차학연도 끼가 있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인기가 많았는데 차학연으로서의 끼는 좀 다른 게 어쨌든 섹시함은 아니에요. 의지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성격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끼가 있는 것 같아요. 차학연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제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강해요. 믿어도 좋은 사람일라고 자신있에 말하고 싶어요."
엔은 그 어떤 스타들보다도 자신감이 넘쳤다. 자화자찬이지만 수긍이 됐다. 허풍이 아니었기에 더 그랬고, 자신에 대한 확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에 더 매력적인 엔, 차학연이었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만능엔터테이너보다는 하는걸 잘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뭘 하더라도 불안함 없이 잘 할 수 있는 것,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DJ를 하면서도 잘한다, 못한다보다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라디오가 정말 매력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진심이에요. 제가 많이 느끼기도 했고, 하면서 느끼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룹 빅스 엔. 사진 = SBS 제공]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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