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레드', 깊은 고뇌와 언쟁이 예술을 만든다.
연극 '레드'는 다양한 붉은 색의 향연으로 추상표현주의 시대의 절정을 보여준 러시아 출신 화가 마크 로스크와 가상인물인 로스코의 조수 켄의 대화만으로 구성된 2인극이다.
이들은 로스코의 예술세계와 미술이라는 공통 영역을 놓고 언쟁을 벌인다. 그들의 언쟁은 예술을 논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비단 예술의 영역뿐 아니라 세대간의 격차, 기존의 것이 새로운 것에 정복당하는 것 바로 순환되는 인생에서 성숙하고 쇠퇴하고 소멸되는 세대간의 이해와 화합을 이야기한다.
2인극인 만큼 두 인물의 언쟁이 관객들을 집중하게 한다. 많은 대사임에도 불구 예술에 대한, 인생에 대한 깊은 고찰이기에 몰입도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존재 자첵 강렬한 배우들이 무대 위를 꽉 채우며 연기 만으로도 예술 그 자체다.
미술사를 아느냐, 모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레드'에서 두 인물이 말하는 것은 예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화가 마크 로스코와 그의 작업실 조수로 들어온 젊은 화가 켄이 대화를 나누며 예술을 넘어 인생 전체를 치열하게 다룬다.
새로운 변화 앞에 신경질적이고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가진 마크 로스코와 젊은 세대, 변화하는 세대인 거침없는 켄의 대립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간의 갈등을 보여주고, 이들이 서로를 받아 들이고 인정하는 순간 화합을 전한다.
어려운 듯 하지만 대사가 귀에 쏙쏙 박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곧 우리의 이야기다. 단 두 명이 전 세대를 아우른다고 해도 무방하다. 세대는 교체되고, 그 시대를 이끄는 주축 역시 변한다.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의 문제 속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는 곧 모두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레드' 속 마크 로스코와 켄의 언쟁이 즐거운 이유다. 이들의 팽팽한 가치관 및 신념에 대한 논쟁이 결국에는 두 사람 모두를 성장시킨다. 예술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이들의 언쟁은 성장이 되고 결국 화합이 된다. 이들의 예술은 곧 인생이다.
때문에 강렬한 레드 페인트로 흰 캔버스를 함께 칠하는 마크 로스코와 켄의 모습이 더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서로의 긴장감 넘치고 팽팽한 대립 속에서도 함께 흰 캔버스를 강렬한 열정으로 가득 채우는 듯한 모습이 이들의 화합과 열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 방대한 대사량으로 배우들의 열연이 이어지니 '레드'에 대한 호평은 이미 자자하다. 2009년 런던 초연에 이어 2010년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제64회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 등 주요 6개 부문을 휩쓸며 토니상 최다 수상하며 영예를 얻은 수작.
국내 공연에서 역시 호평을 얻은 '레드'는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앞서 강신일 강필석 한지상이 무대에 올랐던 '레드'는 2015년 공연에서 마크 로스코 역에 한명구 정보석, 켄 역에 박정복 박은석이 합류했다. 중년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와 젊은 연기자들의 패기 넘치는 에너지가 만나 최상의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낸다.
5월 3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공연시간 100분. 문의 02-577-1987.
[연극 '레드' 공연 이미지.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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