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8살의 나이차이가 나는 두 배우가 열아홉살 친구로 만났다. 연기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냐만 배우 이규형(31), 김성철(23)이 만나 열아홉살로 분해 전하는 삶에 대한 메시지는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이규형, 김성철이 출연중인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는 인생의 밑바닥을 헤매는 19세 양아치 소년과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19세 소년이 우연히 만나 함께 버킷리스트를 시행하며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창작뮤지컬. 이규형은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강구 역을 맡아 중간 합류했고, 김성철은 재연 멤버로 투입돼 해기를 연기했다.
30일 이규형, 김성철 페어의 마지막 공연이 펼쳐지기 앞서 두 사람을 만났다. 두 사람은 2007년 데뷔한 높으신 선배와 갓 데뷔한 까마득한 후배, 혹은 노련한 선배와 풋풋한 후배의 모습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성철은 이규형과의 무대가 몇 번 없었던 것이 아쉽다고 했다. 중간 합류한 이규형이 세 명의 해기와 함께 한 재연 공연은 딱 10번이었기 때문. 그래도 김성철과는 6번의 무대에 함께 섰다.
6번의 무대였지만 초연 묻에 섰던 이규형은 확실히 김성철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김성철은 "색다른 강구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기를 조금 더 생각할 수 있게 해줬다"며 이규형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규형 역시 "어리지, 군대도 갔다 왔지. 인기 많지. 앞길이 아주 창창한 탄탄대로가 ?~"이라며 김성철을 추켜세웠다.
8살의 나이 차이. 열아홉살 친구로 만난 두 사람은 어땠을까. "우선 '사춘기' 때도 그렇고 '마이 버킷 리스트'도 그렇고 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요. 기본이 7살이거든요. 남자한테 나이 차이가 세살 이상 넘어가면 다가가기 힘들어요. 형이 먼저 다가오는 것도 힘들고 동생이 먼저 하는 게 맞죠. 그래서 사실 친구 역할 하기에는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상대방이 마음을 열어줘야 제가 들어가는데 마음을 안 열면 저도 잘 안 다가가는 스타일이거든요."(김성철)
그러자 이규형은 장난스럽게 "나 아직 마음 안 열었는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성철 또한 이규형 말에 "형이 어차피 아직 안 열었어요"라며 멋쩍게 웃었지만 이내 "어차피 공연을 해야 되잖아요. 사실 첫공 전에는 굉장히 어색하고 공연을 잘 할 수 있을까 했어요"라고 당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1시간 40분동안 사실 너무 많은 게 오고 가니까 '(이)규형 형이 좋은 사람이구나' 했어요 연기 하면 그 사람이 보이니까 그런걸 느끼고 나서 조금 마음을 열었고 형도 조금 열었어요. 제가 공연하기 전에 항상 스킨쉽을 하고 들어가야 하거든요? '사춘기' 때도 파트너 형이랑 항상 안고 '오늘도 파이팅' 하고 들어갔는데 규형 형한테는 차마 그걸 못하겠더라고요. 별로 말도 못 섞어 봤고.. '왜 안아?' 할 수 있잖아요."(김성철)
"그래서 처음엔 안으려 하는걸 거절했어요. '저리 꺼져!' 했다가 두번째 공연 때 안아줬죠. 쉬운 남자가 아니니까 한 번에 허락할 순 없어요. 친구 역할은..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나이 같은건 떠오르지 않아요. 아홉살 짜리 연기도 해봤는데요. 뭘."(이규형)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강구와 해기로 분한 이규형, 김성철은 사실은 두 사람 다 자신과 닮은 점은 별로 없는 것 같단다. 사실 극단적인 두 캐릭터이다보니 굳이 어떤 캐릭터와 닮았다를 답하기란 어려울 터. "그런 애들은 드물다. 정말 극단적인 아이들이고 너무 양쪽으로 몰아놨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마지막 공연을 앞둔 마음은 어떨까. 이규형은 "이 작품이 또 언제 돌아오게 될지 모르겠는데 내가 더 나이를 먹는다면 강구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운을 뗐다.
"열아홉살의 강구를 제가 더 나이 먹고나서 잘 표현해낼 자신이 없어요. 지금도 사실 쉽지 않아요. 근데 '마이 버킷 리스트' 다음 공연이 언제 올라갈지 모르잖아요. 내후년이 될지 3년 뒤가 될지.. 그 뒤에 하기에는 많이 힘들것 같아요. 그러니까 30일 공연이 진짜 마지막 공연이 될 수도 있어요. 관객들에게 마지막 공연 잘 즐기시고 담아두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진짜 마지막 콘서트니까."(이규형)
"공연이 다시 언제 올라올지 모르는데 기회를 주시면 도전할 수 있겠지만 우선 해기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하면서 되게 제 아픔에 위로가 되기도 했어요. 저는 제일 좋았던게 강구들을 만났던 거예요. 형들이랑 같이 할 때 저를 딱 바라봐 주는 눈빛이 있어서 그 순간이 되게 행복하다고 했죠. 그 순간이 아마 30일 공연이 올해는 마지막일테니까 관객 여러분들도 마음에 잘 간직하시고 이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우리의 아이컨텍을 주시하세요."(김성철)
5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 공연시간 100분. 문의 02-332-4177.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 이규형, 김성철 공연 이미지. 사진 = 라이브 주식회사 제공]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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