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가 범죄와 만났다. 신데렐라 스토리인 만큼 멜로는 기본, 여기에 살인사건이 더해지며 ‘범죄 멜로’라는 장르가 됐다.
범죄 멜로 영화 ‘은밀한 유혹’은 절박한 상황에 처한 여자 지연(임수정)과 인생을 완벽하게 바꿀 제안을 한 남자 성열(유연석)의 위험한 거래를 그렸다. ‘시크릿’의 윤재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그가 직접 원작인 카트린 아를레의 소설 ‘지푸라기의 여자’를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지연은 마카오에서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다. 친구가 동업중이던 돈은 물론, 자신의 명의로 거액을 빌려 사라진 통에 하루하루 빚 독촉에 시달린다. 그에게 마카오 카지노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재력가 회장의 재산을 상속 받아 반으로 나누자는 성열의 제안은 위험하지만 매력적이다. 돈이 필요했을 뿐 아니라 ‘치명적 매력남’ 성열에게 호감을 느낀 지연은 그의 은밀한 유혹을 수락한다. 하지만 회장이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면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고 만다.
이때부터 영화는 전혀 다른 색을 띤다. 지연이 성열의 제안을 받고, 그의 매력에 흔들리며, 회장의 마음을 사로 잡기위해 노력하면서도 성열과 썸을 탈 때까지는 로맨스 영화였지만 회장이 죽음을 맞게 된 후 범죄영화로 변신한다.
하지만 로맨스, 범죄 모두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 치명적 단점이다. 전반부 로맨스의 경우 크게 지연과 성열, 회장과 지연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는데 지연과 성열의 관계는 미적지근해 ‘은밀’이라는 말이 주는 맛을 살리지 못했고, 회장과 지연의 관계는 ‘나한테 이러는 여자는 처음이야!’, ‘내 돈 싫다는 여자는 처음이야!’로 설명이 가능해 진부함을 안긴다. 후반부에서는 서스펜스를 안겨준다는 게 영화 측 설명이지만 과연 의도대로 관객들이 받아들여줄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마지막 한 방을 노리는데, 똑똑한 관객들을 얼마나 속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붕붕 떠다니는 캐릭터도 몰입을 방해한다. 자신의 요트에서 왕으로 군림하는 괴팍한 노인으로 묘사되는 회장임에도 요트의 캡틴 역을 맡은 박철민의 경우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코믹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분위기 메이커’라고 설명돼 있지만 철없는 선원으로 그려지는 유미 역의 도희 역시 발랄함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흐린다. 에네스 카야도 선원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데, 자신의 논란을 불식시킬 정도로 연기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독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장점을 찾자면 임수정, 유연석, 이경영이라 말할 수 있다. 임수정은 선과 악 사이에서 흔들리는 유약한 한 여자의 모습을 잘 표현해 냈고 유연석은 캐릭터 설명대로 치명적 매력을 지닌 성열이라는 인물을 무리 없이 연기한다. 이를 위해 윤재구 감독은 수영을 하기 위해 상반신을 노출한 유연석의 몸을 다각도로 오랜 시간 보여주는 수고(?)까지 곁들인다. 유연석의 팬에게는 팬서비스겠지만 영화에 몰입하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이경영의 경우 왜 충무로가 그에게 쉴 새 없이 러브콜을 보내는지 여실히 느끼게 한다.
범죄 멜로 영화 ‘은밀한 유혹’은 제목이 가장 유혹적인 영화다. 스토리는 식상하고 캐릭터는 뻔한데다 ‘범죄 멜로’라는 신선함을 노렸지만 새로움을 추구한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임수정의 3년 만의 스크린 복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는 유연석의 차기작, ‘믿고 쓰는’ 이경영, 시나리오는 괜찮았던 영화라는 수식어들이 아쉬움을 남긴다. 오는 4일 개봉.
[영화 ‘은밀한 유혹’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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