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태종이가 갖고 있는 게임지배능력이 필요하다."
문태종은 프로농구 FA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구단들은 불혹이 된 나이, 적지 않은 몸값을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애당초 문태종에 대한 관심이 컸다. 몸값 조정만 할 수 있다면 영입하고 싶은 뜻이 있었다. 결국 LG와 합의 끝에 사인&트레이드로 1년 계약했다. 대신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넘겨줬다.
오리온스는 최근 수년간 6강 플레이오프서 패퇴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5-2016시즌은 추일승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 추 감독은 우승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전자랜드, LG서 5시즌간 뛰었던 문태종도 아직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1일 오리온스에 합류한 문태종은 "개인 기록에는 관심이 없다. 은퇴하기 전에 꼭 우승을 하고 싶다. 오리온스는 좋은 팀이다"라고 했다. 오리온스와 문태종이 우승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상생효과
오리온스는 포워드 왕국. 김동욱 김도수 전정규 허일영 이승현에 최진수마저 시즌 막판 상무에서 복귀한다. 포지션 중복이 심각한 수준. 이런 상황서 KBL 최고의 클러치슈터 문태종까지 영입했다. 심지어 오리온스는 지난 시즌 3점슛이 가장 좋은 팀이었다.
오리온스의 문태종 영입은 이유가 있고, 이해도 된다. 세부적인 부분을 보면 그렇다. 오리온스 대부분 포워드들이 내, 외곽 공격을 겸한다. 그러나 전문 3점 슈터는 허일영과 전정규 뿐이다. 사실 전정규는 기복이 심하다. 김동욱과 김도수는 지난 1~2년간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공격보다는 오히려 수비에서 공헌도를 끌어올릴 때 팀이 잘 풀렸다. 이승현은 날카로운 3점포를 장착했으나 골밑 공격, 리바운드, 수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팀에 높은 공헌을 하는 타입. 실질적으로 승부처에서 확실하게 한 방을 꽂아줄 수 있는 카드는 허일영이 유일했다.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는 많지만, 실제로 플레이오프 절체절명의 승부처서 확실하게 득점을 보장하는 카드는 부족했다. 오리온스가 플레이오프서 고비를 넘기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 점에서 문태종 영입은 적절했다. 승부처에서의 파괴력과 안정감은 여전히 KBL 최고 수준이다. 수비를 흔드는 움직임 자체가 남다르다. 추일승 감독도 "태종이가 갖고 있는 게임지배능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가드진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오리온스에서 스스로 슛 찬스를 만들 수 있는 문태종의 가치는 매우 높다.
체력이 변수이긴 하다. 실제 마흔이 된 문태종은 지난 봄 LG의 6강, 4강 플레이오프 강행군을 매우 힘들어했다. 스스로도 "잔부상도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그런 문태종의 약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다른 포워드들이 문태종과 적절히 시간 안배를 할 수 있기 때문. 추 감독도 "한, 두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체력을 안배할 수 있다"라고 했다. 또한, 문태종은 수비 부담도 많지 않다. 장신 3~4번 포워드들을 커버할 수 있는 자원이 많기 때문. 체력을 세이브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 결국 문태종에게 오리온스는 승부처에서 집중적으로 외곽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 문태종과 오리온스에 상생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변수와 과제
변수도 있다. 지난 시즌 오리온스는 조직력의 기복이 심각했다. 지난 1~2년간 시즌 도중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줬다. 2013-2014시즌 도중에는 KT와의 4-4 트레이드를 단행했고, 지난 시즌에는 리오 라이온스를 영입하면서 트로이 길렌워터 중심의 팀 시스템을 또 한번 바꿨다. 정규시즌서는 빅 라인업의 강점을 극대화하며 살아남았지만, 세부적으로 전력을 파고드는 플레이오프서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오리온스가 좀 더 안정적인 조직력을 보였다면 초접전이었던 6강 플레이오프서 LG를 넘어설 수도 있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챔피언결정전 3연패 직후 "오리온스가 (4강 플레이오프에) 올라왔으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공수의 세밀한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문태종의 강점 발휘를 위해선 완벽한 시스템 및 조직력 구축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변수가 많다. 개막전이 9월 12일로 결정되면서 예년보다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1개월 가량 줄었다.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시즌 초반과 겹치면서 대표팀 차출 공백도 극복해야 한다. 신장 제한(193cm) 부활과 함께 외국인선수 쿼터가 확대되는 첫 시즌이기도 하다. 이런 변수들은 조직력 완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가드진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도 사실. 문태종은 스스로 슛 찬스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가드와의 연계 플레이가 공고할 때 팀 조직력도 극대화된다. 문태종은 "전자랜드 시절 함께 뛰었던 이현민이 좋은 패스를 해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추 감독도 "인위적인 변화는 하지 않을 것이다. 트레이드를 할 생각도 없다"라고 했다. 문태종과 외국인선수의 영입으로 더 이상의 선수단 변화는 없다. 조직력 극대화로 승부를 보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추일승 감독과 문태종(위), 문태종(아래). 사진 = 고양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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