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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을의 희망이 보였지만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갑도, 을도 완벽한 승자는 아니었다. 이 사회가 곧 블랙코미디이기에.
2일 방송된 30회를 마지막으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이하 '풍문')가 종영됐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대한민국 상위 0.1% 로열패밀리와 서민 여고생이 만드는 좌충우돌 블랙코미디로,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통렬한 풍자로 꼬집는 작품이다.
앞서 '아내의 자격', '밀회'로 찰떡 호흡을 자랑한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감독의 작품인 만큼 방송 전부터 기대가 컸다. 유준상, 유호정, 이준, 고아성 등 주요 배역들을 비롯 연극 무대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탄탄한 연기력의 조연 등 믿고 보는 배우들 출연 역시 관심을 모았다.
'풍문'에서 제일 관심을 모았던 것은 본격적으로 갑과 을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경제적인 요소가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며 갑과 을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만큼 때론 직설적이게, 때론 능글맞게 현실을 마주하는 정성주 작가, 안판석 감독이 보여줄 갑과 을의 이야기에 시선이 솔렸다.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안판석 감독 역시 "우리 나라가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사회 계급이 경제사회학적 계급으로 고착화 되면서 계급 문제, 갑과 을의 문제 이런 게 상당히 다뤄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해 이번 드라마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드라마는 갑질을 풍자한다. 또 을질도 풍자한다. 을도 을질을 한다. 지레 알아서 을질을 한다"며 "그것도 풍자 대상이고 풍자를 한다. 그리고 코미디다. 우리 드라마는 진짜 웃기다. 즐겁게 봐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이 시작된 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갑과 을의 절묘한 풍자가 시청자들의 구미를 확 잡아 당겼기 때문. 갑들의 고고하면서도 사실은 비열한 속내, 혹은 을이라 자처하는 이들의 알아서 을을 자처하는 모습들이 갑과 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나게 했다.
절대 연결될 수 없을 것만 같던 갑과 을의 만남에서 시작돼 '풍문'은 더 흥미로웠다. 평등한 인간임에도 갑은 갑대로, 을은 을대로 각기 다른 세상에서 사는 와중에 '사랑'을 앞세워 한 가족이 되니 극과 극의 인간 형태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철저히 냉철하고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을 하는 갑과 을의 팽팽한 신경전이 시선을 끌었다. 때론 갑에게서, 때론 을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봤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대중의 갑질, 을질을 교묘하게 돌려 돌직구로 날리니 시청자들은 더 큰 재미를 느꼈다.
갑과 을 중 그 누구도 승자가 없었다. 언제든지 전세는 역전됐다. 승부는 무의미했다. 결국 인간 대 인간이었다. 누가 더 잘나고 누가 더 못난건 없었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감독은 결국 갑과 을을 통해서도 시청자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웃음 속에 뼈 있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완벽한 승자는 없는 갑과 을, 이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 이야기였고 이 사회 자체가 블랙코미디라는 것을 나타냈다.
한편 '풍문으로 들었소' 후속으로는 성준, 유이, 박형식, 임지연 주연의 '상류사회'가 방송된다. '상류사회'는 황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딸과 황금사다리를 오르려는 개천용, 두 사람의 불평등한 계급 간 로맨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오포 세대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청춘 멜로 드라마. 오는 8일 밤 10시 첫방송을 앞두고 있다.
['풍문으로 들었소' 마지막회. 사진 = SBS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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