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유준상·유호정, 귀여운 섬뜩함 블랙코미디 살렸다 [종영특집②]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귀여우면서도 섬뜩했다. '풍문으로 들었소' 유준상, 유호정은 그렇게 '갑'(甲)을 표현했다.

2일 방송된 30회를 마지막으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이하 '풍문')가 종영됐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대한민국 상위 0.1% 로열패밀리와 서민 여고생이 만드는 좌충우돌 블랙코미디로,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통렬한 풍자로 꼬집는 작품이다.

극중 유준상, 유호정은 대한민국 상위 0.1% 로열패밀리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유준상이 연기한 한정호는 대대손손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의 귀족교육을 받고 자란 법무법인 대표로 막강한 인물이고, 유호정이 연기한 최연희는 뭇 상류층 여인들의 선망과 질시의 대상이다.

교양 있고 온화한듯한 한정호와 최연희는 뜻밖의 인물을 며느리로 맞으면서 난생처음 겪는 사건사고에 좌충우돌하게 됐다. 점점 민낯이 드러났고 처음 당해보는 예고 없는 시련 앞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상위 0.1%의 위엄은 사라져갔고 시청자들은 심지어 귀엽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한정호 최연희 부부는 슈퍼갑이었다. 하지만 자식 앞에선 또 달랐다. 마음대로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아들 한인상(이준), 딸 한이지(박소영)는 자신들과는 달랐다. 며느리가 된 서봄(고아성) 역시 만만찮은 을이었다. 을에게 당할 거란 생각은 해본적 없던 갑들이었기에 당황하는 모습들이 의외의 재미를 줬다.

유준상, 유호정의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코미디에 힘을 보탰다. 갑작스런 혼란에 아이처럼 우는가 하면 화를 숨기지 못하고 폭발했다. 고귀함이 사라지고 솔직한 속내가 튀어 나오니 마치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아 투정을 부리는 아이 같아 그 모습이 또 귀여웠다.

그러나 슈퍼갑은 슈퍼갑이었다. 이들의 아이같은 모습은 순수함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처음 맞딱뜨린 상황에 대한 충분한 숙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숙지하고 익숙해진 다음에는 다시 검은 속내가 드러났다. 고귀한척 하며 갑질을 하지 않는 척 했지만 태생이 갑이었던 이들의 슈퍼갑질은 오히려 더 무서웠다. 섬뜩할 정도였다.

때문에 한정호, 최연희 역 배우들의 표현력이 중요했다. 유준상, 유호정의 진가가 빛난 것은 이 부분. 이들의 노련한 캐릭터 표현이 '풍문'이 보여주는 블랙코미디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야말로 귀여운 섬뜩함이 '풍문'의 블랙코미디를 살렸다.

한편 '풍문으로 들었소' 후속으로는 성준, 유이, 박형식, 임지연 주연의 '상류사회'가 방송된다. '상류사회'는 황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딸과 황금사다리를 오르려는 개천용, 두 사람의 불평등한 계급 간 로맨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오포 세대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청춘 멜로 드라마. 오는 8일 밤 10시 첫방송을 앞두고 있다.

['풍문으로 들었소' 유준상, 유호정. 사진 = SBS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