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00홈런.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 무려 21년째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으니 한국에선 13시즌 뛰었다. 일본 공백 8년을 제외하더라도 어지간한 팀의 베테랑 이상으로 한국에서 오래 뛰었다. 단순히 오래 뛴 것만 자랑스러운 게 아니다. 오래 뛰면서 홈런도 많이 쳤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이승엽은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12시즌간 390홈런을 쳤다. 한국에서 연간 32.5홈런을 쳤다는 의미. 이날 400홈런으로 올 시즌 두 자리 수 홈런을 완성했다. 1996년(9홈런)을 제외하고 11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지난해 11년만에 30홈런에 복귀했던 이승엽은 2년 연속 20홈런, 혹은 30홈런에 도전한다. 물론 그는 이미 1997년부터 2012년까지 8시즌 연속 20홈런,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시즌 연속 30홈런을 쳤다. 또한, 2003년 56홈런 포함 40홈런 이상만 세 차례(1999년, 2002년, 2003년) 친 국내 유일의 타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그리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비결은 역시 끝없는 노력이라는 말 외엔 설명할 방법이 없다. 183cm에 87kg의 이승엽은 결코 남들이 보기에 위압적인 체구를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장거리, 홈런타자 치고는 그렇게 인상적인 체구가 아니다. 물론 과거 요미우리 시절 엄청난 벌크업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누구도 이승엽이 힘으로만 홈런을 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힘이 약한 건 아니다.)
이승엽의 홈런은 연구와 노력 끝에 완성된 테크닉의 산물이다. 과거엔 타고난 손목의 힘과 번개같은 스윙스피드, 엄청난 팔로우스로우가 돋보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순발력과 파워는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 실제 류중일 감독도 지난 2~3년간 이승엽을 지켜보면서 그의 각종 운동능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몇 차례 평가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끝없이 진화했다. 2013년 352홈런으로 양준혁을 제치고 국내 홈런 1인자가 됐지만, 그 해 13홈런에 그쳤다. 주변에선 30대 후반에 들어선 이승엽도 끝물이라고 보는 시선이 하나, 둘 늘어났다. 그때 이승엽은 기적같이 살아났다. 지난해 방망이를 약간 눕히는 변화로 테이크백 이후 임팩트 시점까지의 시간을 줄였다. 나이가 들면서 떨어진 스윙스피드를 보완하기 위한 작지만 큰 변화였다. 결국 32홈런을 때렸다. 2003년 이후 11년만에 국내에서 날린 30홈런. 한국나이 39세에 일궈낸 위대한 성과였다.
올 시즌에도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 2월 말 삼성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취재했다. 이승엽은 쉽게 다가서기 힘들 정도로 진지한 자세로 훈련을 소화했다. 당연히 타협은 없었다. 후배들과 똑같이, 심지어 더욱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한국나이 불혹의 베테랑 타자가 솔선수범하니, 삼성 스프링캠프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물은 올 시즌에도 유감 없이 발휘되고 있다. 사실 타자들은 취재진, 그리고 야구 팬들이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수준에서 계속 타격폼이 조금씩 바뀐다. 개인의 컨디션, 상대 투수의 유형 및 위력, 주변환경에 따라서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꾸준히 홈런을 생산해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승엽은 그걸 이겨내고 400홈런을 달성했다. 기술뿐 아니라 엄청난 집중력과 평정심 유지도 큰 몫을 했다.
이승엽 말고도 국내에서 홈런으로 이름을 날린 타자는 많았다. 이승엽 뒤로 KBO 통산홈런 2~10위 정도에 오른 타자는 대부분 홈런에 일가견이 있었거나 지금도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승엽만큼 많이, 이승엽만큼 꾸준히, 이승엽만큼 극적인 홈런을 생산해내진 못했다. 물론 이승엽도 매년 잘했던 게 아니다. 못할 땐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욕 먹은 뒤 꼭 이름값을 해냈다. 그래서 400홈런을 친 이승엽에게 역대 최강의 홈런 테크니션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을 수 없다. 13시즌만에 400홈런. 이승엽은 정말 위대하다.
[이승엽. 사진 = 포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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