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포항 김진성 기자] 이승엽은 홈런만 치는 타자가 아니다.
2일 포항 롯데전 직전까지 이승엽의 KBO 13시즌 통산타율은 0.301. 1757안타, 1236타점, 1140득점을 기록 중이었다. 통산 장타율이 0.579, 통산 OPS도 0.971이었다. 399홈런 뿐 아니라 2루타도 383개, 3루타도 21개를 때렸다.
프로 21년차 이승엽의 찬란한 통산성적이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에서 뛰었으니 도중 8년을 손해 본 기록이 이 정도다. 이승엽의 타점은 현역 1위이자 전체 2위이고, 안타도 현역 7위이자 전체 12위다. 2루타도 현역 2위이자 전체 3위다. 몇몇 기록에선 순위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7개의 2루타만 더하면 장성호(KT)를 넘어설 수 있다.
이승엽은 홈런만 잘 치는 타자가 아니다. 그가 21년간 정글같은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안타도 잘 치고, 주루와 수비에서도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지명타자로 돌아섰지만, 1루 수비력도 수준급이다. 발이 그렇게 빠르다고 볼 수는 없어도 보통 수준은 된다.
2일 포항구장. 삼성의 올 시즌 첫 포항경기. 포항 팬들은 1개 남은 이승엽의 통산 400홈런을 염원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이날 홈런을 치지 못했다. 대신 안타와 주루로 팀에 충분히 공헌했다. 왜 이승엽이 21년간 최고의 타자로 군림하는지, 왜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인지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대기록을 앞뒀지만, 스윙이 커지지 않았다. 평정심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초연함. 대타자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다. 1회 2사 만루 타점 찬스서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4회 선두타자로 등장, 중전안타를 뽑아냈고, 이흥련의 좌선상 2루타 때 홈까지 밟았다. 5회에도 우전안타를 뽑아냈고 김상수의 결승 2타점 좌전적시타 때 결승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6회. 7-5 불안한 리드. 이번엔 1사 만루 찬스였다. 마운드에는 이명우. 볼카운트 2B2S서 6구를 공략, 2루수 땅볼을 쳤다. 타구가 약간 느리게 굴러갔다. 롯데 2루수 정훈은 2루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문규현에게 공을 던졌다. 2아웃을 잡은 문규현은 1루에 송구했다. 그러나 이승엽이 1루에서 세이프 되면서 1타점을 추가했다. 빠른 타구가 아니었지만, 더블플레이도 가능한 타구. 그럼에도 이승엽의 전력질주가 더욱 눈에 띄었다. 경기 내내 타격전 양상을 보인 걸 감안하면, 실제 삼성이 1점차로 승리한 걸 감안하면 당시 이승엽의 전력질주와 1타점은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8회말 마지막 타석. 1사 만루 찬스서 심수창의 공을 가볍게 잡아당겨 우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1타점 2루타를 때렸다. 이지영의 2타점 좌전적시타 때 다시 홈을 밟았다. 결국 홈런 없이 3안타 3타점 3득점 맹활약.
이승엽의 홈런은 없었지만, 삼성은 이겼다. 이승엽은 홈런뿐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팀에 공헌할 줄 아는 타자다. 홈런은 치고 싶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기록을 목전에 두고도 냉정히 팀에 녹았다. 그가 국민타자이자 현역 레전드 타자로 불리는 진정한 이유다.
[이승엽. 사진 = 포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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