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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한정호(유준상)의 뒷모습은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2일 밤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이하 '풍문')가 30회의 마침표를 찍으며 종영했다.
'풍문'은 상위 0.1%의 절대 권력과 부를 가진 한인상(이준) 일가와 서민을 대변하는 지극히 평범한 서봄(고아성)의 만남으로 갑과 을이 가진 속성과 치부를 들췄다. 갑은 갑대로, 을은 또 을대로 모순과 딜레마를 갖고 있는데, 이는 인상과 봄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한 자리에서 극명하게 대비됐다.
30회의 마지막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비교가 된 사람은 한정호와 한인상 부자(父子)다. 인상은 끝내 막대한 유산을 거부하고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라며 "전 더 이상 상속자도 아니고, 어린애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아버지 한정호의 삶을 거부했다. 그는 진실한 사랑과 막대한 부 사이에서 갈등했지만, 결국엔 사랑과 소소한 행복을 선택했다.
하지만 한정호는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 동안 함께 했던 식솔들도 모두 집을 떠났고, 운영 중인 로펌 한송의 측근들도 사표를 내며 삶의 변화를 맞이 했지만, 한정호는 고집스럽게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 급기야는 아내인 최연희(유호정)까지 자신의 곁을 떠났지만 "돌아오긴 할거냐"는 말을 남겼을 뿐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엔딩을 장식한 한정호의 뒷모습은 '풍문'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새롭게 채용한 수행비서의 의전을 받으며 아내도, 아들도, 딸도 없는 공허한 대궐을 유유히 들어가는 정호는 을의 어떤 반란에도 꿈쩍 않는 갑, 다시 말해 기득권 세력 그 자체였다. 이미 뼈 속까지 갑이 되어버린 정호는 생각을 바꿔 볼 의지도, 그럴 생각도 없다.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이다.
다만, 정호의 뒷 모습과 그 걸음이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의 그것처럼 고독하고 쓸쓸한 쳇바퀴처럼 느껴졌던 것은 비리와 부정부패로 일궈낸 엄청난 갑의 세력이 결국엔 외로움까지 갖고 있다는 것을 함축했다. 이것이 마지막으로 '풍문'이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르겠다.
'풍문' 후속으로 방영되는 '상류사회'는 황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딸과 황금사다리를 오르려는 개천용 두 사람의 불평등한 계급 간 로맨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오포 세대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청춘 멜로드라마다.
오는 8일 밤 10시 첫 방송.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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