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가 통산 4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승엽의 홈런 하나하나 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삼성 팬들에겐 설명이 필요 없고, 나머지 구단 팬들에게도 때론 아프지만 기쁨을 줬다는 점이 의미 있다. 다름 아닌 '국민 타자'이기 때문. 그래서 이승엽의 400홈런은 의미가 더 크다. 트랜스지방이 아닌 담백한 수육이라 말할 수 있다.
이승엽은 경북고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에 입단, 무려 21년째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펄로스를 거쳤다. 8년간 일본 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에서만 600홈런 이상을 때려냈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12시즌 동안 390홈런을 쳤으니 연평균 32.5홈런을 때렸다는 얘기다. 올해는 개인 통산 400홈런과 함께 1996년(9홈런) 이후 KBO리그 11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프로에서만 잘한 게 아니다. 태극 마크를 달고 온 국민에 감동을 선사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특히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전서 터트린 투런 홈런은 온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 당시 끝없는 타격 부진에 허덕이던 그는 일본전 승리 직후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고, 온 국민이 함께 울었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만큼 이승엽의 홈런은 온 국민을 웃기고 울렸다. 기쁨의 눈물이다.
자, 이승엽의 홈런은 왜 트랜스지방이 아닌 담백한 수육일까. 트랜스지방은 가공식품 또는 패스트푸드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여야 하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물론 바쁜 현대인들에게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에 그만이다. 하지만 기름을 뺀 수육처럼 담백한 맛을 느낄 순 없다. 대부분 이들이 튀김 등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고는 "느끼하다"며 담백한 음식을 찾게 된다.
반면 담백한 수육은 어떤가. 두말할 필요 없는 최고의 안줏거리다. 직장 동료는 물론 죽마고우와 몇 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 두 배로 기쁨을 주고, 슬픔은 반으로 줄여준다. 기름기를 쏙 뺀 고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40홈런은 우습게 쳐내던 전성기 이승엽이 아닌, 불혹의 이승엽이 때리는 홈런 하나하나가 딱 담백한 수육과 같다. 지친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고,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한 가지 좋은 예. 이승엽의 홈런공을 잡은 주인공 김재명(충남 천안시) 씨는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 팬이다. 그는 순전히 이승엽의 400번째 홈런공을 잡으려고 포항으로 향했다. 그는 현장 인터뷰에서 "2003년 56호 홈런공을 잡기 위해 광주까지 가다 사고도 났었다. 이승엽 선수가 500홈런을 칠 수 있다면 또 공을 잡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삼성팬 뿐만 아니라 다른 팀 팬들도 이승엽의 400홈런에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는 얘기다.
특히 이승엽이 이렇게 오랫동안 홈런타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건 성실함과 노력도 한몫했다. 이승엽은 183cm 87kg의 체격으로 데이비드 오티즈(보스턴 레드삭스, 193cm 113.4kg)나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 라이온즈, 175cm 102kg)처럼 거구가 아니다. 그런데 불혹의 나이에도 솔선수범해 몸 상태를 유지했고, 타고난 배트스피드를 십분 활용했다. 홈런타자로서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갖추고도 이를 터트리지 못한 채 사라져 가는 선수들이 많은데 이승엽은 한국 나이 40세(1976년생)에도 여전하다. 담백한 수육처럼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다.
[이승엽이 400홈런 달성 기념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포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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