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10년만에 돌아왔다. 2003년, 2005년 공연됐던 뮤지컬 '유린타운'은 10년이 지나 다시 관객과 마주했다. 10년이 지났다. 그 10년간 우리가 사는 이 곳은 유린타운에서 벗어났을까.
뮤지컬 '유린타운'은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오줌 마을'.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마을에서 '유료 화장실 사용권'을 둘러싸고 이익을 취하려는 독점적 기업과 가난한 군중들이 대립하고 급기야 군중들로부터 민중봉기가 일어나 대 혼란에 빠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 만큼이나 파격적인 내용은 브로드웨이 입성부터 호평을 이끌었다.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것은 물론 지금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강하게 전하니 온갖 상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2002년 초연돼 2003년, 2005년 공연되며 호평을 얻었다.
10년만인 올해 다시 돌아온 뮤지컬 '유린타운' 역시 현 시대와 맞물려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 극중 오줌을 마음대로 쌀 수 있는 권리는 곧 자유를 뜻한다. 비교적 자유로워진 시대라고는 하나 예나 지금이나 기본적인 자유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만큼 '유린타운'에서 울부짖는 자유가 더 와닿는다.
'유린타운' 속 마을 주민들은 자유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자유의 당위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용기를 낸다. 그 용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알기에 그 소중함이 더 깊게 전해진다. 목숨을 내놓고 외치는 자유, 그들의 첫 용기가 현 시대 우리의 자유의 초석이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과연 자유로울까?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된 삶을 살고 있을까? 울림이 여전한 이유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10년 전 '유린타운'에 열광한 사람들이 조금은 더 나아졌다는 10년 뒤에도 '유린타운'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열광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 사회는 그 때보다 더 악화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유린타운'에서처럼 오줌을 자유롭게 눌 권리는 생겼지만 과연 그보다 더 큰 권리가 안정적으로 보장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면 10년만에 돌아온 '유린타운' 속 인물들의 용기 있는 외침이 이토록 강한 울림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유린타운'은 여전한 울림 만큼이나 더 업그레이드돼 돌아왔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지루함을 깨는 코믹 요소가 극을 가볍게 만든다. 출연자이면서 해설자인 인물들이 코믹함을 주고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이와 동시에 이 해설자들이 극 자체가 뮤지컬임을 매번 강조해주면서 좀 더 현실과 동떨어진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곧 무거운 주제를 무겁게만 느끼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오히려 현실과 조금은 떨어져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는 곧 관객들을 객관적이게 만들고 '유린타운'의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2002년 초연멤버였던 배우 성기윤, 이경미, 이동근과 음악감독 김문정은 10년 뒤에도 자리를 지켰다. 최정원, 아이비, 김승대, 정욱진, 김대종, 정수한, 김윤지, 서만석, 차정현, 김가희, 이정수, 이수영, 최서연 등 베테랑 배우들과 신예 배우의 조합도 관람 포인트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극의 전체적인 조합도 균형적이다.
오는 8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공연시간 140분. 문의 02-577-1987.
[뮤지컬 '유린타운' 공연 이미지.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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