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한 사나이가 있다. 한때 일본 무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이후 힘든 시간을 겪으며 방황했던 카를로스 미라발. 1973년생, 한국 나이 43세로 불혹을 넘겼지만 아름다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특히 KBO리그 도전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미라발은 6일 마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국행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2000년대 초반 일본프로야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미라발을 기억하고 있을 듯. 지난 2003년 일본 니혼햄 파이터즈에서 16승을 올리는 등 에이스 노릇을 했다.
니혼햄 시절 전성기를 보냈다. 당시 미라발의 주무기는 150km 초반 빠른 공과 너클커브였다. 시작은 마무리였다. 2000년 48경기에서 1승 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3.65, 2001년 51경기에서 2승 6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44의 성적을 남겼다.
2002년부터 선발로 돌아섰다. 성공적이었다. 보직 변경 첫해 18경기에 선발 등판, 완봉승 포함 9승 6패 평균자책점 3.37을 기록했고, 2003년 31경기에서 16승 11패 평균자책점 4.65의 성적을 남겼다. 2004년에는 부상으로 전반기 내내 고전했으나 후반기 대반격으로 11승 9패 평균자책점 4.82의 성적을 남겼다. 그해 9월 월간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3경기 3패 평균자책점 7.71의 초라한 성적만 남기고 퇴출의 아픔을 맛봤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독립리그 뉴어크 베어스에서 뛰며 프로 재진입을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미라발은 "2008년 이후 이혼 등 문제로 몇 년간 야구공을 손에서 놓았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지역 리그에서 다시 시작했다. 프로 재진입을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미라발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뉴저지주 아마추어리그에서 뛰고 있다. 3시즌 통산 성적은 27경기 20승 3패 평균자책점 1.26이다.
자신감은 대단하다. 미라발은 "야구 시작한 이후 지금 몸 상태가 가장 좋다. 지금도 최고 구속 93마일(약 149.6km)까지 나오고, 너클커브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던진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다른 나라에서 뛰는 것에 흥미를 갖고 있었다"며 "최근 대만 프로야구 팀 입단을 놓고 얘기가 오가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라발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대만 무대를 경험했고, 1999년 화신에서 43경기 2승 1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1.87로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했다. 아시아 무대에서만 9년을 뛴 셈이다.
아울러 "1997년 대만에서 뛸 때부터 일본과 미국에서 뛴 한국 선수들을 봤다"며 "한국 야구 수준이 매우 높다고 들었다. 일본 시절 만난 선수들과 코치들이 한국 야구는 대단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국에서 뛰어 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쯤은 한국에 가보고 싶었다. 지금은 야구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강하다"고 덧붙였다. 미라발은 KBO리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영문 웹사이트를 묻기도 했다.
니혼햄 시절 동료들과도 여전히 연락하며 지낸다고. 특히 최근에는 뉴욕에서 시모야나기 쓰요시와 재회하기도 했다. 시모야나기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미라발과 한솥밥을 먹었고, 2012년 라쿠텐에서 은퇴할 때까지 21시즌 통산 627경기 129승 106패 22세이브 평균자책점 3.92의 성적을 남긴 좌완투수. 2003년부터 2011년까지는 한신 타이거즈에서 뛰었다. 최근에는 아사히TV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미라발은 "시모야나기는 정말 좋은 투수였다.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주니치 드래건스)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며 관심을 보였다.
과연 미라발의 한국 무대 입성은 가능할까. 표면적으로 외국인 투수 한 자리가 비어 있는 팀은 NC 다이노스가 유일하다. NC는 지난 5일 찰리 쉬렉을 웨이버 공시한 바 있다. NC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수 교체를 염두에 둔 구단의 움직임도 지켜볼 만하다. 다소 많은 나이가 문제인데, 스스로 "어느 때보다 좋은 공을 던진다"고 자신감을 보였으니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미라발의 아름다운 도전, 결과는 어떨까. 일단 미라발이 KBO리그에 입성하게 되면 기존 진갑용(삼성, 1974년생)을 넘어 최고령 선수가 된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도전이다. 미라발은 "보직은 선발, 중간, 마무리 어디든 상관없다. 한국에서 뛸 수만 있다면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카를로스 미라발(왼쪽)과 시모야나기 쓰요시. 사진 = 카를로스 미라발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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