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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서장훈이 유난히 깔끔함을 떠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에 대한 높은 기대와 관심, 그리고 스스로 가진 농구 실력에 대한 강박관념이 그를 '깔끔쟁이'로 만들었다.
8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는 서장훈이 김제동 돈스파이크와 함께 전북 임실의 한 맛집을 찾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 자리에는 SBS 장예원 아나운서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서장훈은 그동안 방송에서 좀처럼 하지 못했던 농구선수 시절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줘 눈길을 끌었다.
서장훈은 중학교 1학년 시절 키가 180cm였다고 했다. 결코 작지 않은 키였지만, 중학교 농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큰 키는 아니었다. 서장훈은 "그때는 정말 내가 찌질이였다. 농구부 안에서도 농구를 잘 못하는 선수였다. 가장 처지는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스스로도 존재감이 거의 없어 애매한 아이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력이 없던 서장훈은 그 때문에 운동을 하면서도 공부도 결코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했다. 대학을 갈 수 있을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운동을 계속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던 무렵 고관절이 빠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 때문에 무려 3개월을 쉬게 된 서장훈. 그러나 그에게 이 부상은 기회였다. 오히려 쉬는 동안 그의 키는 10cm가 훌쩍 자랐고, 자신보다 컸던 친구들이 오히려 작아졌다.
그렇게 나간 첫 대회에서 그는 우승을 거머쥐었다. 언론에서는 한국 농구의 유망주가 나왔다며 난리법석이었다. 운동을 계속해야 할 지, 그만둬야 할 지 고민하던 그에게는 석 달만에 인생이 바뀐 것이었다. 그 전까지 농구를 못했던 서장훈은 홀로 벽에 붙어 있던 농구 림을 붙잡고 슛을 연습했는데, 추후 이런 연습들이 자신의 농구 실력에 있어서, 대기록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어마어마한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역 시절 서장훈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며 농구계의 전설로 남았다. 하지만 서장훈은 은퇴식에서도, 이날 방송에서도 "아마 평생을 후회하면서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금 더 노력하고,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조금 더 몸 관리를 했더라면 1만 3천점이 아닌 2만점, 2만 5천점까지도 넣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게 그의 아쉬움이고 후회였다. 스스로 '나는 왜 저것밖에 하지 못했나'하는 후회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선수 시절 '국보급 센터'로 불리며 팬들의 추앙을 받던 시절 그의 머리 속에는 '잘 하면 본전, 지명 망신'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어느 샌가 셀 수도 없을만큼의 징크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징크스는 서장훈에게 결벽에 가까운 깔끔함을 유발하는 계기가 됐다. 서장훈은 "사실 내가 농구를 못했을 때는 이런 깔끔함 같은 것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선수시절 그가 느꼈을 승리와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미 방송을 통해 알려진 그의 정리벽과 깔끔함이 그런 부담감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큰 짐을 안고 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그런 짐을 내려놓은 지금, 이제라도 스스로 징크스에서 벗어나 방송이라는 환경에 적응해 예능인으로서 웃음을 주기를 기대해 본다.
[방송인 서장훈. 사진 = SBS '힐링캠프' 화면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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