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정웅인 하면 '악역'이 먼저 떠오른다. 다양한 드라마에서 활약해 왔지만 유독 악역을 맡았을 때 그 존재감이 빛났고 '악역'은 그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됐다.
사실 정웅인은 악역 이전에는 코믹한 이미지를 먼저 떠오르게 했다. 시트콤 출연으로 인기를 모아 코믹한 이미지가 대중에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웅인은 코믹과 악역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자신이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의 장점을 활용할 줄 알았다. 인물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되 그 캐릭터에만 안주하지는 않았다.
정웅인의 기본적인 연기력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정웅인이 주는 이미지가 연기력에 지장을 주진 않았다. 이미지는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했고,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라 하더라도 몰입에 방해되지 않았다. 정웅인의 탄탄한 연기력 덕분이었다.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역시 마찬가지.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간 정웅인의 무대 위 모습은 코믹에만 집중되지도, 그렇다고 악역도 아니었다. 극에 충분히 녹아든 인물 자체였다.
정웅인이 출연중인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원작으로 미타니 코키 특유의 웃음과 유머 코드가 더해져 새롭게 태어났다.
인간의 '선'과 '악', 두 개의 인격을 완벽하게 분리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가 당장 내일로 다가온 연구 발표회에서 자신의 악한 인격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 배우 빅터를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정웅인은 지킬 역을 맡았다.
지킬은 재미 없고 눈치 없는 고지식한 남자. 유머러스해 보이고 싶어 하는 행동은 적막을 부르고 누구나 눈치챌만한 것들이 그에겐 참 어렵다. 똑똑하고 정확하지만 허당인 모습이 귀여워 보인다.
그런 지킬의 모습은 원작의 진지하고 무거운 부분을 덜어낸다. '희극지왕' 미타니 코키의 작품인 만큼 적재적소 터지는 유머와 생각의 전환이 돋보인다.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해프닝 속에서 반전이 일어나고 인물들의 성격 및 관계가 변화하는 모습이 웃음을 준다.
완벽한 대본과 배우들의 차진 연기가 만나 알찬 극을 만들어낸다. 억지 웃음이 아니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분석한 코미디가 관객들을 웃게 한다. 다소 납득할 수 없는 상황도 혼을 쏙 빼놓는 웃음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에 힘입어 설득력을 갖게 된다.
정웅인은 진지함과 코믹함을 넘나든다. 이성적인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 지킬의 모습을 거부감 없이 표현해낸다. 지킬의 조수 풀 역 서현철의 노련한 코믹 연기도 극의 중심을 잡고, 지킬의 약혼녀 이브 역 신의정 또한 지킬 앤 하이드 버금가는 이브 앤 하이드 연기로 극과 극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빅터 역 이시훈 활약도 발군이다.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치고 빠지는 코믹 연기의 맛을 맛깔나게 표현한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능가하는 표정과 움직임이 극의 웃음을 책임진다.
오는 7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공연시간 100분. 문의 02-749-9037.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공연 이미지. 사진 = 창작컴퍼니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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