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실력은 논외다. 브라질이 한국보다 강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 브라질을 상대로 태극낭자들은 인상적인 출발을 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월드컵 경험 부족이 승패를 갈랐다. 윤덕여 감독의 한국은 10일 오전 8시(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E조 1차전에서 0-2로 졌다. 기대했던 출발은 아니다. 그러나 브라질전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아직 한국에겐 코스타리카, 스페인과의 두 경기가 남아 있다.
● 포메이션
한국은 4-2-3-1 시스템을 사용했다. 유영아가 원톱에 서고 지소연이 처진 공격수를 맡았다. 좌우에는 발 빠른 전가을, 강유미가 포진했다. 중원에는 ‘여자 기성용’ 조소현과 함께 권하늘이 발을 맞췄다. 수비에는 김혜리, 김도연, 심서연, 이은미가 자리했다. 골문은 김정미가 지켰다. 브라질은 전방에 세 명의 공격수를 배치한 4-3-3을 가동했다. ‘여자펠레’ 마르타는 오른쪽 윙포워드로 경기를 시작했다. 78년생 포르미가는 중원 ‘3’에서 박스 투 박스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 지소연
전반전에 지소연이 보이지 않았다. 두 가지 악재가 겹쳤다. 첫째, 지소연에게 패스가 연결되지 않았다. 한국은 브라질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그로 인해 전방으로 향하는 롱패스 빈도가 높았다. 지소연을 거치지 않고 앞으로 볼이 향하면서 볼을 터치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소연은 경기 후 “계속 첫 터치가 늦었다. 너무 내려섰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공격시 지소연이 위치한 중앙보다 측면을 주요 공격루트로 활용한 점도 지메시가 보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한다. 둘째, 지소연 스스로 고립됐다. 중앙에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브라질 4-3-3 시스템의 가운데 ‘3’ 안에 갇혔다. 지소연이 고립된 전반에 한국은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반면 지소연의 볼 터치 횟수가 늘어난 후반에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즉, 지소연이 볼을 더 많이 소유하도록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음 코스타리카, 스페인전에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 백패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축구를 ‘실수의 스포츠’라고 표현했다. 양 팀이 실수가 없다면 축구는 0-0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는 지론이다. 반대로 실수를 줄이면 그만큼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한국의 2실점은 모두 백패스 실수에서 비롯됐다. 김도연은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하다 볼이 짧게 나가면서 포르미가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페널티킥을 허용한 조소현의 파울도 지소연의 불필요한 백패스가 부른 실수였다.
● 포르미가
포르미가는 이날 월드컵에서의 경험이 얼만큼 중요한 지 보여줬다. 37세의 포르미가는 한국의 골망을 흔들며 역대 최고령 득점기록(만 37년 3개월 7일)을 경신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포르미가는 나이를 잊은 듯한 엄청난 활동량으로 한국을 경기 내내 괴롭혔다. 첫 골 장면도 한국의 백패스 실수가 있었지만 이를 놓치지 않은 포르미가의 전방 압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브라질은 경험 있는 선수들이 많다. 1995년 스웨덴 월드컵부터 출전한 포르미가는 통산 6회째 월드컵을 뛰고 있다. 또한 월드컵 최다골(15골) 기록을 갱신한 마르타도 2003년부터 월드컵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이날 한국에선 김정미 골키퍼만이 유일하게 12년 전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였다. 큰 대회에선 아주 작은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 객관적인 전력을 넘어 양 팀의 가장 큰 차이는 ‘경험’이었다.
● 박은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박란탄’ 박은선은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발목 부상을 안고 월드컵을 맞이한 박은선이다. 브라질전 결장은 여전히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소연이 고립될수록 박은선의 빈자리는 커 보였다. 유영아, 정설빈이 분전했지만 박은선에게 기대했던 포스트플레이가 부족했다. 이날처럼 후방에서 롱패스 빈도가 높은 경기일수록 전방에서 볼을 지켜줄 박은선이 필요하다.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피스도 마찬가지다. 이날 한국은 코너킥 5개, 프리킥 11개를 얻어냈다. 박은선이 있었다면 브라질을 더 괴롭힐 수 있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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