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내야수 신성현, 그는 지금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신성현은 KBO리그 정식 선수로 등록된지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는 확실히 각인시켰다. 8경기 타율 2할 2푼 2리(27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 출루율 2할 5푼으로 눈에 띄는 활약은 아니지만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눈도장을 받았다. '캡틴' 김태균이 허벅지 근육통으로 지명타자로만 나서고 있는 상황. 1루수와 3루수 모두 가능한 신성현은 대안으로 손색이 없다.
신성현은 이색 경력을 지니고 있다. 일본프로야구와 고양 원더스를 거쳐 KBO리그에 진입했다. 서울 덕수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진출을 택했다. 그는 "야구를 오래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잘 안 되면 독립리그까지도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2008년 10월 30일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서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부름을 받았다. 당시 입단 동기가 김무영(현 소프트뱅크 호크스)이다. 일본 고등학교로 유학을 떠나 프로까지 직행한 건 신성현과 김무영이 한국 야구 사상 최초였다.
하지만 1군 승격 기회는 없었다. 입단 첫해인 2009년 웨스턴리그(일본 2군)서 23경기에 출전했으나 1군 승격은 없었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웨스턴리그서 37경기에 나선 게 전부였고, 2013년 10월 1일 자로 방출 통보를 받았다. 4년간 2군 175경기에서 홈런 4개를 기록한 게 전부였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은 해체된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다.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프로행을 노렸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시련의 연속. 지난해 8월 신인드래프트서 지명받지 못했다. 동료 포수 정규식의 LG 트윈스행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러나 신성현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다. 재활을 계속했다.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운동을 쉬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달 19일 테스트를 통해 육성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육성선수 계약 당일부터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섰다. 그런데 퓨처스 7경기 타율이 4할 8푼(25타수 12안타)에 달했고, 2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무려 5할 8푼 1리였다. 신성현은 "페이스가 한창 좋을 때 계약해서 그렇다"며 웃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정식 선수 등록과 동시에 1군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화 유니폼을 처음 입은 지 8일 만이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김 감독은 "공격력이 좋은 건 알고 있었고, 수비도 괜찮은 선수"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1군 첫 2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6월 6경기 중 5경기에서 안타를 때렸고, 특히 10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1군 데뷔 첫 홈런을 결정적인 만루포로 장식했다. 1군 첫 홈런과 타점을 동시에 기록한 순간. 팀 승리를 이끈 한 방이라 기쁨은 두 배였다. 하체를 고정한 상태로 때려낸 홈런이라는 점이 돋보였다. 전날(11일)도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팀의 5-2 승리는 물론 삼성 3연전 싹쓸이에 공헌했다.
신성현은 10일 경기 후 "첫 홈런은 부모님께 드릴 예정이다. 한화에 와서 타격도 좋아졌고, 무엇보다 잘 안 될 때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1군 그라운드를 처음 밟은 날, 신성현은 "감독님께서 불러주셨으니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양 원더스 시절 경험해서 그런지 김성근 감독님 훈련을 따라가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버하지 않고 내 자리에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묵묵히 최선을 다해 뛴다. 훈련 자세도 무척 진지하다. 눈빛이 살아있다. 경기 중 다소 아쉬운 플레이가 나와도 주눅 들지 않고 다음을 생각한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기회라 누구보다 절실하게 임하고 있다. 육성선수 계약 8일 만에 1군 등록이라는 기적을 일궈낸 신성현, 그가 앞으로 써내려갈 스토리가 더 기대된다.
[한화 이글스 신성현.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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