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너를 믿고 가운데로 던져"
투수가 한복판으로 투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살행위'와 같다. 한 가운데로 가는 공은 타자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용덕 두산 투수코치는 좌완투수 진야곱에게 조언한 말은 "가운데로 던져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진야곱은 11일 잠실 LG전에 선발투수로 나서 7이닝을 던지며 안타 2개, 볼넷 1개만 내주는 짠물 피칭으로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진야곱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한용덕 코치님의 조언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프로 선수로 거듭난지 올해로 8년차. 2008년 두산에 입단할 당시 강속구를 갖춘 좌완 영건으로 주목 받았던 그는 기대와 달리 성장을 거듭하지 못했다.
지금도 진야곱은 140km 후반대 강속구를 뿌린다. 그럼에도 투수로서 꽃을 피우지 못한 것은 역시 제구력이 동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좋은 구위를 갖고 있으면서도 제구가 흔들려 볼넷을 자주 내줬다.
두산은 지난 8일 코칭스태프 개편을 실시했고 한용덕 코치가 1군 투수코치로 합류했다. 한용덕 코치는 제구 난조에 자주 빠지는 진야곱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너를 믿고 가운데로 던져"
그만큼 좋은 공을 갖고 있으니 자신감 있게 던지라는 의미였다. 진야곱은 한용덕 코치의 조언을 받들어 거침 없는 투구를 펼쳤다. 가운데로 몰린 공도 범타로 처리되니 자신감이 올라갔다. 본인 스스로도 이런 장면을 보면서 자신의 구위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사실 진야곱이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린 것은 2007년 아시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였다. 당시 홍콩전에서 전광판에 154km를 찍으며 화제를 모았다.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주위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서 사실 부담스러웠다"는 그는 그간 오랫동안 부침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진야곱은 "힘들었던 시간이 길었다"라면서 "하지만 나 말고도 2군에서 고생하는 선수들이 많다. 운동에 매진하면서 이겨내려고 하고 있다"라고 극복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의 노력 뿐임을 말했다.
진야곱의 야구 인생이 제 2막을 올렸다. LG전 호투가 그 계기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한용덕 코치님이 1군에 합류하시고 권명철 코치님이 병상에서 복귀 첫 경기를 가지셨는데 조금이나마 고민을 덜어 드려서 다행이다"는 진야곱은 "앞으로 등판에서도 4사구를 줄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 같다"라고 바랐다.
사실 이따금씩 호투를 해도 그 흐름이 이어지지 않은 것이 고민이었다. 다음 경기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사실 그게 잘 되지 않아 2군에 오래 있었다"는 진야곱은 "이번엔 달라지겠다"고 굳은 다짐을 보였다.
[두산 진야곱이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6-0으로 승리를 거둔 후 김태형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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