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가장 재미있는 야구는 이기는 야구다. 그런데 결정적 홈런 한 방으로 승리를 가져온다면 기쁨은 두 배다. 응원하는 팀이 홈런으로 이긴다면 더 설명이 필요 없다. 요즘 한화 야구가 그렇다. 필요할 때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홈런이 터진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대구구장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2008년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대구 3연전 싹쓸이 이후 근 7년, 정확히 2,555일 만에 삼성 상대 스윕. 올 시즌 삼성과의 상대전적도 6승 2패로 절대 우위.
그런데 이번 시리즈는 의미가 크다. 단순히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4승 1무 36패로 크게 밀렸던 삼성 상대 스윕 때문만은 아니다. 적재적소에 터진 홈런으로 3연승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 방으로 흐름을 가져온 뒤 끝까지 지켜내는 패턴이었다.
9일의 영웅은 '캡틴' 김태균. 팀이 3-2 한 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월 솔로 홈런을 뽑아냈고, 내친김에 8회초 1사 2루 상황에서 쐐기 투런포까지 발사했다. 살얼음판 리드 상황에서 홈런 2발로 3점을 따낸 게 무척 컸다. 경기 막판 한 점 차와 4점 차는 압박감의 차원이 다르다. 결승포 또는 역전포는 아니었으나 팀 승리에 어마어마한 힘을 보탠 한 방임은 분명했다. 또한 '캡틴'의 홈런이라 팀 분위기 살리기에 더 큰 도움이 됐다.
10일에는 '신성' 신성현의 한 방이 승부를 갈랐다. 팀이 0-1로 뒤진 4회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차우찬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 홈런을 때렸다. 한화의 7-2 승리. 1군 데뷔 첫 홈런을 결승 만루포로 장식한 신성현이다. 지난달 19일 육성선수로 계약한 지 8일 만에 정식선수는 물론 1군에 등록돼 그야말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쓴 셈. 4-2로 따라잡힌 5회초에는 정근우의 투런 홈런으로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계투진의 실점은 단 한 점도 없었다. 투타 밸런스가 완벽했던 한판이다.
점점 분위기를 끌어올리더니 전날(11일) 정점을 찍었다. 이번에도 승부를 가른 건 홈런이었다. 타격감을 한껏 끌어올린 최진행이 아치를 그렸다. 1-1 동점이던 6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타일러 클로이드를 상대로 좌월 투런포를 발사한 것. 이후 한화는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치 않았고, 추가점까지 뽑아내며 삼성을 5연패 늪에 빠트렸다. 한화로선 7년 만의 삼성전 스윕으로 기쁨 두 배.
이번 3연전은 달라진 한화를 그대로 보여줬다. 매 경기 2점씩 내줬고, 총 18점을 올렸다. 경기당 평균 6득점 2실점. 특히 3연전 기간 따낸 18점 중 홈런 4발로 만든 점수가 11점이다. 비율로 따지면 61.1%에 달한다. 홈런 영양가는 1등급이었다. 지난 2013년에는 김태균 혼자 두자릿수 홈런(10개)을 딱 채우며 간신히 자존심을 세웠는데, 올해는 60경기도 치르기 전에 최진행(12홈런), 김태균 김회성(이상 10홈런)까지 3명이 두자릿수 홈런을 쳤다. 팀 홈런 순위도 5위(57개)까지 올라왔다.
김태균은 "감독, 코치님이 옆에서 내 타격 밸런스를 잡아주셨다"고 했고, 신성현은 "홈런볼은 부모님께 드릴 것이다. 한화에 와서 심적으로 편안해졌다"며 기뻐했다. 최진행은 "타격감이 좋지 않았을 때 쇼다, 김재현 코치를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분석을 잘해줬다. 특타도 무너진 밸런스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셋 다 노력 끝에 결정적 홈런을 발사해 기쁨은 더 컸다.
지난해까진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하는 패턴의 연속이었으나 올해는 확실히 다르다. 특히 홈런의 힘으로 3연전 스윕을 달성한 한화 야구는 어느 때보다 화끈했다. 재미를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밑을 막기보다 위를 뚫어야 한다"며 한 번쯤은 긴 연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상대는 LG 트윈스다.
[삼성과의 3연전에서 홈런을 기록한 최진행, 김태균, 신성현, 정근우.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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