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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절 버리지 마세요. 전 항상 열심히 하는데 돌아오는게 없어요. 전 최선을 다했어요 언제나."
영화 '마돈나'(감독 신수원 제작 준필름 배급 리틀빅픽처스)를 보고 있으면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진다. 세상으로부터 멸시당하고 외면받는 미나(권소현)의 모습을 따라가는 신수원 감독의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차갑고, 행여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함과 착잡한 마음이 담겨있다.
재벌2세 상우(김영민)로부터 뇌사상태에 빠진 미나의 수술동의서를 받아달라는 위험한 거래를 부탁받은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은 미나의 과거를 추적하며 그의 인생을 되짚어본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미건조하게 인생을 살아가던 해림에게 아이러니하게도 미나는 연민과 동정을 느끼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본다.
미나의 인생은 기구하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은 적이 없어, 스스로를 부정했고 작은 관심 하나에 그 사람에게 미련하리만큼 충성을 바친다. 외모 콤플렉스와 자신감 부족을 안고 있는 미나는 회사 팀장에게 노리개 취급을 당하는 것은 물론, 화장품 공장에서는 더욱 극심한 고통을 당해 임신에 이른다.
'마돈나'는 미나의 삶을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결과부터 보여주며 해림이 그의 과거를 짚어가는 순서로 역행 전개된다. 그런 와중에 미나에게 연민을 느끼고 돕기 위해 나서는 해림은 미나에게서 자신을 발견한다.
"해림씨 눈안에 텅빈 방이 있어. 내가 해림씨를 왜 좋아하는지 알아? 싸구려 동정심이 보이지 않아서야"라고 말하는 상우는 점차 달라지는 해림의 모습에 분노를 느낀다. 상우는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지만, 아버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서였고 불안함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인생의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사람들은 미나를 '마돈나'라 부른다. 마돈나는 현대 여성들을 대변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자, 모든 여자들의 내면 속에 마돈나가 살고 있다는 신수원 감독의 기획의도가 담겨있다. 돼지족발이라 손가락질을 당해도 뚱뚱한 외모에 짧은 치마, 망사스타킹과 킬힐을 신고 공장에서 일하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외로움은 연민과 더불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공감대를 자아낸다.
'마돈나'는 어떠한 사명감이 아닌 그저 먹고 살기 위해 택한 간호조무사 해림, 외로움에 소리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고통의 삶을 살다 뇌사에 빠진 미나라는 두 여자를 '아이'라는 소재로 크로스오버해 보여준다. 과거 해림의 아픈 과거와 미나의 현 상황은 소외된 여성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신수원 감독의 바람이 내재돼있다.
영화 '마돈나'는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부문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신수원 감독의 저력이 또 한 번 입증된 작품이다. 서영희의 한층 성숙한 내면연기와 신예 권소현의 충격적인 연기력과 발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 탄탄한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더하는 김영민과 최근 빛을 보고 있는 변요한까지, 다양한 배우들의 호연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오는 7월 2일 개봉 예정.
[영화 '마돈나' 포스터 스틸컷.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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