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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제천 김진성 기자] 삼중고가 있다.
손연재(연세대)는 2년 전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이번 제천 아시아선수권대회서 2연속 3관왕을 노린다. 5관왕(세부 네 종목+개인종합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됐지만, 빡빡한 일정, 평준화된 아시아 리듬체조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애당초 쉬운 목표가 아니었다. 12일 종목별 결선서 후프, 볼 금메달, 리본 동메달을 따냈다.
손연재로선 3관왕은 절대 놓칠 수 없다. 마지막 날인 13일에 치러지는 개인종합은 이번 대회 하이라이트. 2년 전 아시아선수권 때도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아시아 최강으로 공인 받았다. 손연재가 개인종합 2연패에 성공하기 위해선 눈 앞의 삼중고를 극복해야 한다. 최강자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
▲체력
손연재는 7일 귀국인터뷰서 "2년 전 대회서도 모든 선수들이 사흘째 정도부터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다"라고 회상했다. 10일부터 진행된 아시아선수권대회 일정은 빡빡하다. 보통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시리즈서는 개인종합 예선 없이 결선을 곧바로 치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종목별 결선을 치른다. 하지만, 아시아선수권대회 혹은 세계선수권대회는 개인종합 예선과 결선을 따로 치른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서 나흘간 네 종목을 각각 세 차례 연기한다. 굉장히 빡빡한 스케줄.
체력적으로 힘겨울 수밖에 없다. 개별 종목당 연기시간은 1분30초 정도에 불과하지만, 고도의 테크닉과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 때문에 대부분 선수가 "하루에 치르는 네 종목을 클린(실수 없이 연기를 마치는 것)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최강 마르가티나 마문, 알렉산드라 솔다토바, 야나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 등도 마찬가지.
손연재가 '아시아 최강' 타이틀을 지켜내기 위해선 개인종합 2연패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일종의 자존심. 지난 사흘간 누적된 피로로 체력이 저하됐다는 게 고민. 하지만, 모든 선수가 같은 조건. 다행히 15명이 출전하는 개인종합의 경우 8명이 쉴 틈 없이 진행했던 종목별 결선보다 연기 도중 쉬는 시간이 조금 더 길다. 발목 부상과 재활 여파로 예년보다 훈련량이 적었다는 게 걱정스럽긴 하다. 하지만, 시니어 6년차 손연재가 극복할 수 있고, 극복해야 한다.
▲주변환경
지난해까지 아시아권에서 손연재를 괴롭혔던 덩센유에(중국)가 은퇴했다. 아시아권에선 러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귀화한 엘리자베타 나자렌코바 정도가 손연재의 최대 호적수로 여겨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시아권 경쟁자는 나자렌코바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나스타샤 세듀코바(우즈베키스탄), 사비나 아쉬르바예바(카자흐스탄), 하야쿠라 사쿠라, 미나가와 가호(이상 일본) 등도 만만찮은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보다 아시아 경쟁자들의 경쟁력은 더 좋아졌다. 손연재가 아시아 최강을 지켜내는 게 쉬운 건 절대 아니다.
손연재는 12일 종목별 결선 곤봉에서 두 차례 수구를 놓쳤다. 결국 위에 거론한 선수들에게 밀려 5위에 그쳤다. 리본에서도 한 차례 줄이 꼬이면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사실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후프 정도를 제외하곤 손연재와 아시아 경쟁자들의 점수 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아시아권서도 실수 1~2차례에 순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 손연재가 아시아 최강인 건 맞지만, 독주할 수 있는 환경은 절대 아니다. 그만큼 아시아 리듬체조는 발전했다. 개인종합도 마찬가지. 객관적인 경쟁력을 감안할 때 손연재의 2연패가 단연 유력하다. 하지만, 100% 장담할 순 없다. 체력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잔실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부담감
손연재는 7일 귀국인터뷰서 "국내에서 치르는 대회라 부담감도 있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서 그 부담감을 떨쳐낸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자신과의 싸움서 이겨내야 한다. 12일 종목별 결선이 끝난 뒤 손연재는 "솔직히 하루만에 특별히 따로 뭔가를 준비할 시간은 없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수도 있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끝난 경기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매우 바람직한 자세.
시니어 6년차 손연재는 이미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월드컵시리즈, 올림픽,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등 국제대회 경험을 수 없이 쌓았다. 그 결과 어지간한 변수와 악재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손연재 특유의 저력이 생겼다. 이 부분은 실수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회복력, 경기운영능력 등 손연재 특유의 장점으로 승화됐다. 아시아 경쟁자들에 비해 확고한 우위를 점하는 부분.
손연재의 두 대회 연속 3관왕. 그녀 앞에 놓인 3대 악재를 극복하면 된다. 손연재의 클래스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손연재. 사진 = 제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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