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 이현승이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18일 대구 삼성전을 잡은 두산. 선두에 복귀했다. 현 시점에서 1위가 큰 의미는 없다. 상위권 순위다툼은 매우 치열하다. 2위 NC, 3위 삼성, 4위 넥센, 5위 한화와의 격차는 3경기. 두산도 3~4연패에 5위까지 처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장기레이스에서 가장 유의미한 기록인 팀 평균자책점이 5.14, 9위라는 사실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보통 1위팀은 팀 평균자책점이 상위권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산은 최정상급인 선발진을 갖고도 리그 최약체 수준의 불펜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이 때로는 두산을 적지 않게 괴롭혔다. 때로는 리그 정상급인 다른 파트가 효율적으로 커버하기도 했다. 어쨌든 시즌 막판 순위싸움을 감안하면 중간계투진을 어떻게든 강화시켜야 한다. 18일 이현승의 시즌 첫 세이브는 두산 불펜에 특별했다.
▲마무리는 노경은
현재 두산 마무리는 노경은. 턱 관절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윤명준의 부진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마무리를 꿰찼다. 성적은 1승2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5.14. 마무리 치고는 썩 인상적인 기록은 아니다.
김태형 감독이 스프링캠프 때 노경은을 마무리로 점 찍었던 건 그가 최선의 선택이란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 감독 스타일을 감안하면 그 결정은 블론세이브 몇 차례에 갑작스럽게 바뀌진 않을 듯하다. 노경은은 여전히 두산 투수들 중 가장 좋은 구위를 과시한다. 강속구를 뿌리는 노경은이 마무리로 1이닝 정도를 소화하면 이상적일 것이란 예상은 그가 선발로 뛸 때부터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제구가 들쭉날쭉한 약점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2년 선발로 전업했다.
두산 선발진은 5선발이 약간 불안해도 전체적으로는 리그 최상위권. 김 감독은 윤명준 대신 노경은을 마무리로 쓰고 있다. 세이브 4개를 따내는 동시에 피홈런 4개를 허용하면서 3개의 블론세이브, 2차례의 패배도 떠안았다. 대부분 한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였다. 17일 대구 삼성전 최형우에게 내준 역전 끝내기 스리런포도 그 중 하나. 어쨌든 김 감독이 충분히 예상했던 부분. 노경은 외엔 마무리를 맡을만한 불펜 투수가 마땅하지 않다. 18일 경기서 윤명준이 3이닝 무실점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미 마무리로 심적 부담감을 노출한 상태에서 다시 마무리를 맡기는 건 쉽지 않다. 결국 김 감독으로선 리스크 속에서도 노경은을 마무리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이현승의 존재감
노경은이 마무리를 꿰찬 뒤 이현승이 뒤늦게 1군에 합류했다. 시범경기 막판 타자의 타구에 손가락을 다쳤던 이현승의 6월 복귀는 예정된 수순. 성적은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5.68. 평균자책점이 높지만, 표본이 6경기에 불과하다. 2경기서 잇따라 2실점한 게 평균자책점을 크게 올렸다. 하지만, 나머지 4경기서는 모두 무실점. 전체적으로는 안정된 페이스. 선발과 불펜 모두 경험이 풍부한 이현승은 두산 마운드에서 매우 귀하다.
김 감독은 애당초 이현승을 선발로 쓰려고 했으나 불펜으로 활용 중이다. 여전히 필승조와 마무리가 불안한 상황서 이현승의 불펜 경험을 활용하는 건 당연하다. 지금 페이스만 놓고 보면 이현승이 오히려 노경은보다 좋다. 김 감독은 18일 경기서 노경은 대신 이현승을 마무리로 활용했다. 결과는 성공. 1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시즌 첫 세이브.
이날 두산은 선발 김수완에게 2이닝만을 맡긴 뒤 근소한 리드 상황서 윤명준(3이닝), 함덕주, 오현택(2⅓이닝), 이현승(1⅔이닝)을 활용했다. 상황만 보면 노경은이 나와야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전날 충격적인 패전과 블론세이브를 떠안은 노경은을 쉬게 했다. 대신 이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노경은에겐 정신적인 데미지를 극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줬다. 그리고 이현승을 축으로 필승조 플랜B 위력을 확인했다. 향후 경우에 따라선 이현승을 마무리로 쓸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감독도 불펜 운영 폭을 넓혔다. 불안하고 변화 폭이 큰 두산 불펜 사정상 노경은과 이현승을 사실상의 더블 마무리로 쓰는 것도 의미 있다. 풀타임 마무리 경험이 없는 두 사람에게도 부담감을 낮출 수 있는 좋은 방법. 전체적으로는 뒷문을 강화하면서 경험이 부족하지만, 필승조 중심을 잡아야 할 오현택, 함덕주, 윤명준에게도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김 감독은 다소 불안한 파트를 가변적이면서 효율적으로 꾸리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현승의 첫 세이브는 1위 복귀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이현승.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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