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관계와 신뢰, 인간에게 항상 존재하지만 언제나 복잡하다.
연극 '스피킹 인 텅스'는 남자와 여자, 나아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 형성돼 있는 관계들이 점차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잊혀졌던 신뢰에 관해 되묻는다. 그로 인해 자신의 삶 속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응답 없는 질문과 고백들이 하나씩 쌓여간다. 총 3개의 막으로 구성돼 있다.
'스피킹 인 텅스'의 시작은 참신하다. 4명의 배우가 각각 2명씩 다른 공간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이 내뱉는 말은 일맥상통한다. 대부분의 대사가 겹치고 함께 말한다. 그러나 같은 말을 한다고 해서 같은 상황, 같은 감정은 아니다. 중의적 대사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같은 말을 하고는 있지만 그 심리는 같기도, 다르기도 하다.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하게 변화되고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비슷한듯 다른 상황에 놓인 남녀가 다른 생각을 갖고 같은 말을 하지만 결국엔 다른 결과를 맞이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같은듯 다른 모든 상황에서 관계와 신뢰가 재미나게 형성된다. 인물들에게는 결과적으로 안 좋은 일이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이들의 악화되는 관계와 무너지는 신뢰가 꽤나 재미있다. 이는 곧 우리의 관계와 신뢰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에 공감을 준다.
극은 부부 관계의 무너진 신뢰를 여실히 보여준다. 신뢰가 무너지니 이들은 저마다 결핍됐다. 때문에 색다른 것을 원하고 신뢰를 넘어 관계를 깨트리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비단 부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 관계가 무너지고 신뢰가 사라졌을 때 오는 결핍들이 우리를 얼마나 말라가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서로 말하고 있지만 그 말만으로 관계가 맺어지진 않는다. 당연히 신뢰도 형성되지 않는다. 관계를 형성해주는 수단일 것만 같던 말이 관계와 신뢰를 복잡하게 하는 셈이다. 시간, 상황 등 물리적인 것을 비롯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또 다른 재미를 형성한다.
총 3막으로 구성된 만큼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배우는 4명이지만 총 9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1인 2역, 혹은 3역을 소화하며 각기 다른 상황을 표현한다. 이 인물들은 교묘하게 연결돼 있고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결국 3막이 모여 관계와 신뢰의 복잡함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9명의 인물이 조금씩 연결돼 있는 과정은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군더더기 없는 무대 위에서 단 4명의 배우들이 복잡한 관계와 감정을 소화한다. 익숙한 공감을 그리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긴장감을 한껏 끌어 올린다. 이승준, 강필석, 김종구, 정문성, 전익령, 강지원, 김지현, 정운선의 역량이 드러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복잡하지만 익숙한, 교묘하지만 공감되는 연극 '스피킹 인 텅스'가 그리는 관계와 신뢰가 관객들을 색다른 방식으로 자극한다.
7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공연시간 130분. 문의 수현재컴퍼니 02)766-6506.
[연극 '스피킹 인 텅스' 공연 이미지. 사진 = 수현재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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