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6월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kt 위즈가 마운드 운용에서 조금 더 넓은 시야를 보여주고 있다. 당장의 성적이 아닌 투수의 발전과 미래에 초점을 맞춘 kt 조범현 감독의 생각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kt는 1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3-7로 패했다. 이로써 kt는 다시 한 번 20승 달성에 실패하며 19승 49패가 됐다.
이날 kt의 선발투수는 고졸신인 엄상백이었다. 그는 이날 5⅔이닝 동안 114개의 공을 던져 6피안타(2피홈런) 4사사구 8탈삼진 7실점(6자책)을 기록했다. 기록만으로 본다면 엄상백은 분명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구위가 계속 떨어지기 시작한 엄상백을 왜 바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엄상백의 투구는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엄상백은 이날 2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버티다 3회 신종길에게 2점 홈런을 맞으며 첫 실점을 기록했다. 4회 들어서는 김주찬을 수비 실책으로 내보내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브렛 필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더니 이범호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3-3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1사 1,2루서 엄상백은 폭투로 2루 주자를 3루까지 진루시켰고, 이홍구의 3루 땅볼을 3루수 앤디 마르테가 홈으로 송구했으나 정확하지 못해 역전 득점을 내줬다.
엄상백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수가 100개에 다다른 것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인 등판이었다. 결국 엄상백은 구위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고 필에게 솔로 홈런, 김다원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으며 7실점을 기록했다. 엄상백은 이후에야 윤근영으로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엄상백은 이날 7실점(6자책) 하기는 했으나 프로 데뷔 후 최다투구수인 114개를 던졌다. 또 삼진도 8개나 솎아내며 역시 데뷔 후 가장 많은 탈삼진을 기록했다. 실점은 많았지만 내용 면에서 엄상백이 얻은 것이 전혀 없던 것이 아니다. 게다가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며 타자를 상대했다.
조범현 감독은 패배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기에 엄상백을 굳이 6회에 올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엄상백을 6회에도 내보내며 그가 선발투수로서 경험을 쌓고, 이 같은 어려움을 경험으로 삼아 앞으로 성장하기를 원했던 조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조 감독은 지난달 부진했던 투수 앤디 시스코를 방출하고 타자 댄 블랙을 영입하면서 “투수는 육성에 무게를 뒀다”며 현재 엄상백, 조무근, 김재윤, 안상빈, 정성곤 등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어린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많이 늘려 이들에게 1군 경험을 쌓게 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게다가 지난 16일 NC전서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으나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던 정대현을 두고는 “정대현은 일주일에 한 번만 던지게 하려 한다”며 “투수는 나도 모르게 던지면서 피로가 쌓인다. 이렇게 풀타임으로 던져본 것이 프로 들어와서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최근 등판을 거듭하며 뛰어난 이닝 소화능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정대현도 승리를 위해서는 화요일 등판 후 4일 휴식 뒤 일요일 경기에 등판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조 감독은 눈앞의 성적보다는 선수의 체력 상태와 미래를 감안하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있다.
조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반복적으로 “대부분 투수들이 1군 풀타임 시즌을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즌 중간에 돌아가면서 휴식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t에게 창단 첫 시즌인 올 시즌 성적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의 성적을 위해 선수단을 운영한다면 무리가 올 수도 있다. 이를 위해 kt는 다소 고통스러울 수는 있겠으나 긴 호흡으로 투수들을 내보내고 있다. 현재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춘 조 감독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엄상백(첫 번째 사진), 정대현(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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