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타자들은 굉장히 영리하다."
올 시즌 KBO리그 10승 선착 투수는 알프레도 피가로(삼성)였다. 19일 인천 SK전서 7이닝 3실점으로 14경기만에 10승(3패)에 도달했다. 아직 시즌이 반환점을 돌지 않은 상황. 자연스럽게 피가로의 20승 도전에 관심이 쏠린다. 8년만의 우완투수 20승, 28년만의 삼성투수 20승 등 피가로의 도전에는 묵직한 의미가 있다.
류중일 감독도 20일 인천 SK전이 취소된 뒤 "20승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다. 변수가 워낙 많다"라면서도 "20승을 할 수 있을만한 자격은 충분히 갖고 있다"라고 극찬했다. 그렇다면 피가로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20승은 의식하지 않는다. 내가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피칭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항상 7이닝 정도는 던지고 싶다"라고 했다.
▲좋은 위기관리능력 비결
피가로를 상대했던 한 타자는 "공 자체는 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찬스에서(피가로에겐 위기) 공이 더 묵직해진다"라고 했다. 실제 피가로의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30으로 리그 12위. 나쁘지 않지만, 최상급 수치는 아니다. 피안타율 역시 0.263으로 12위. 적지 않게 안타를 맞고, 출루도 허용한다. 그럼에도 그의 평균자책점은 3.41로 4위. 그만큼 주자들을 홈으로 보내주지 않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의미. 달리 말해 위기관리능력, 경기운영능력이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피가로는 "주자가 나가면 좀 더 집중한다"라고 했다. 이어 "경기 초반 1~3회에는 압박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 이후 팀이 리드하면 압박감이 없어진다"라고 털어놨다. 피가로의 투구를 보면 경기 초반 의외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팀이 리드를 잡거나 경기 흐름자체가 박빙으로 이어지면 6~7회까지 무난히 막아내는 경우가 많다. 19일 경기도 초반 3실점했지만, 7회까지 버텨내면서 8회 대역전극 발판을 마련했다.
심리적으로 강인하다. 140km후반~150km 중반의 위력적인 직구로 강약조절을 능숙하게 한다. 위기 때 구위가 좀 더 올라간다는 평가. 여기에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타자들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다. 피가로는 "위기에서 무조건 삼진을 노리는 피칭을 하지는 않는다. 주자가 나가면 땅볼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기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법이 다르다"라고 했다. 그는 수준급 수비력을 갖춘 삼성 야수진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다. "수비수들이 잘 받쳐줘서 고맙다"라고 했다.
▲한국타자, 굉장히 영리하다
피가로는 "한국 타자들은 굉장히 영리하다"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쉽게 삼진을 당하지 않는다. 컨택트 위주의 스윙을 하는 타자가 많다. 투수들도 세심히 관찰, 대응을 잘 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정교하면서도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즐비한 KBO리그. 낯선 외국인투수들에겐 그리 쉬운 리그가 아니다.
사실 스트라이크 존도 투수에게 관대하지는 않다. 피기로는 "한국은 미국에 비해 스트라이크 존이 좀 더 좁다. 그리고 존 자체가 높게 형성된다"라고 했다. 어쨌든 피가로는 KBO리그 적응을 잘 하고 있다. 그는 "타자들에게 투구 버릇을 노출시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대구가 좋다
피가로는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 "여러 구장에서 던져봤다. 아무래도 대구구장이 홈이라서 가장 좋고, 편안하다. 대구에는 뭐가 있는지 다 안다"라고 웃었다. 이어 19일 던졌던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 대해선 "좋은 경기장"이라면서도 "솔직히 낯설어서 처음엔 고전했다"라고 털어놨다.
아무래도 피가로가 대구에서 가장 많이 등판한데다, 삼성이 외국인선수들에게 흡족하게 지원하는 덕분. 피가로의 가족은 5월 말 입국, 대구에서 피가로와 함께 지내고 있다. 피가로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부분.
피가로는 팀 동료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포수 이지영과 참 잘 맞는다. 서로 이것저것 주문을 하는데 막힘이 없다. 싫어하는 기색도 없다"라고 했다. 2011년 오릭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이승엽과의 우정도 여전하다. 피가로는 "아직 한국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이승엽이 항상 이것저것 많이 도와주고 있고, 식사도 함께 한다"라고 했다.
실력도 검증됐고, 한국야구 적응에도 성공했다. 10승에 선착한 피가로가 20승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듯하다.
[피가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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