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갖춰야 산다" 염경엽 감독의 대주자론

[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3가지 조건을 다 갖춰야 오래 살아남는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색깔이 뚜렷한 감독이다. 시즌 시작 전부터 주전과 백업을 확실히 구분하고, 선수 개개인에게 역할을 부여한다. 적재적소에 선수가 제 몫을 해내면 승리로 이어진다. 염 감독이 '전문 대주자' 역할을 부여한 선수는 바로 유재신이다. 빠른 발을 십분 활용해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한다.

2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만난 염 감독은 "대주자는 연장 승부에서 한 경기를 잡아내는 역할"이라며 "전문 대주자는 상대 투수 약점을 파악하고, 초구부터 판단을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선수 시절에 대주자였다. 백업으로는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투수들의 습관을 파악하고, 내가 판단해서 도루하면서 약점을 찾아 나갔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유재신을 예로 들었다. 그는 지난해 유재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군에 보낸 적이 있다. 염 감독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라고 했는데, 벤트레그 슬라이딩을 하다 아웃돼 2군에 보낸 적이 있다. 대주자는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해내야 한다"며 "대주자로 나가서 아웃되는 건 최악의 상황이다. 달리기 전문인 만큼 살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수비와 대주자를 같이 할 수 있어야 1군에서 버틴다. 대수비와 대주자, 번트 대타까지 3가지 조건을 다 갖춰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재신도 염 감독의 조련 속에 1군 선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아울러 "대주자로 나가서 견제사를 당하면 그야말로 역적이 된다.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며 "피곤하기도 하고, 티도 안 나지만 그 대주자가 1년에 5~6승은 만들어준다.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주자는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팀에 굉장히 중요한 자리다. (유)재신이는 내년에도 백업으로 쓰면서 활용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신은 "1점 차 승부에 나가서 도루 성공하는 게 당연하고, 아웃되면 흐름에 찬물을 끼얹기 때문에 부담감도 크다. 상대 투수 약점 등은 전력분석팀과 자료를 보며 분석한다"며 "어떻게든 1군에 붙어 있는 게 목표다.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부담 가지니 잘 안 됐지만 2년 동안 경기 나가면서 조금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스킵 동작과 타구 판단은 경험이 쌓이면서 하게 됐다"며 "많이 죽으면서 쌓이는 게 있다. 달리기는 타고난 것 같다"며 웃었다.

[염경엽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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