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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의미와 웃음을 다 담아낸 문제작이 나타났다. 개봉일을 확정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이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 ‘소수의견’(감독 김성제 제작 하리마오픽쳐스 배급 시네마서비스)은 열여섯 철거민 소년과 스무살 의경, 두 젊은이의 법이 외면한 죽음을 둘러싼 청구액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의 법정 공방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13년 6월 크랭크업 후 개봉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용산참사를 다룬 작품이라고 알려져 화제의 중심에 섰고, 중간에 배급사가 바뀌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비록 영화가 시작하기 전 “실화가 아니며 인물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영화가 바로 이 ‘소수의견’이다.
극 중 검사는 변호사에게 “살살합시다. 같은 법조인 아닙니까”라고 말하고, 국회의원은 살짝 넘어진 것만으로도 환자복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카메라 앞에서 열변을 토한다. “돈이 없으면 못 살어”라며 있는 자들을 쪽쪽 빨아먹으라는 이혼전문변호사 장대석(유해진)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곳이 ‘소수의견’ 속 세상이다. 윤리의식은 땅에 떨어졌고, 기득권이 판을 치며, 힘이 없는 사람들은 더 힘이 없어진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열여섯 소년의 아버지 박재호(이경영)가 있다. 재개발 철거현장 진압 과정에서 아들을 보호하려다 의경을 죽이게 되는데, 세상을 떠난 아들을 죽인 사람이 경찰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진심으로 그를 변호하려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윤진원(윤계상) 조차도 처음에는 변호사로서 기회를 잡기 위해 사건을 맡는다.
이후 죽음에 의문을 품고 진실을 파헤치려 기자정신을 발휘하는 공수경(김옥빈) 그리고 경찰 작전 중 벌어진 살인사건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윤진원과 장대석이 진심을 다해 박재호를 변호하기 시작하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펼쳐진다. 진실을 밝히려는 변호인단의 노력은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고, 검찰은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국가를 대상으로 잘못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이들의 사투는 처절하지만, 꽁꽁 감추려던 비밀이 드러날수록 가슴 한편이 시원해지는 통쾌함을 맛볼 수 있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무겁고 심각한 사건을 소재로 한 법정 드라마임에도 웃으며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웃음의 무게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배우 유해진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유해진은 평범한 대사 속에도 진심과 웃음을 녹여내며 관객들이 영화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도록 숨 쉴 구멍을 만들어 준다.
‘소수의견’은 현실을 이야기한다. 너무나 적나라한 현실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담아낸다. 그렇다고 무겁게 폼만 잡지도 않는다. 웃음과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오랜만에 볼 만한 법정 드라마의 탄생을 알린다. 여기에 진짜 살인자는 누구인지,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양심과 정의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들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냉정하게 현실을 담아냈지만, 이 현실을 벗어나는 방법을 고민해보게 만드는 영화가 바로 ‘소수의견’이다.
[영화 ‘소수의견’ 포스터와 스틸. 사진 = 시네마서비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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