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강진웅 기자] 두산 베어스의 ‘임시 선발’로 투입된 좌완투수 허준혁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고 있다. 구위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고 있다. 뛰어난 활약으로 주목을 받으며 ‘신데렐라’라는 칭호를 듣게 된 허준혁의 급성장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
허준혁은 지난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7⅔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던져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9-1 대승을 거두는 발판이 됐다.
이날 호투로 허준혁은 한 경기 최다 이닝 소화, 최다 탈삼진, 최다 투구수 기록을 모두 새로 세웠다.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은 17⅔이닝에서 아쉽게 중단됐으나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
허준혁은 오른쪽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빠진 더스틴 니퍼트를 대신할 ‘임시 선발’이다. 하지만 허준혁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두산 김태형 감독을 웃게 만들고 있다.
앞선 두 경기에서 11⅓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을 기록했던 허준혁은 이날도 7회 1사 후 브렛 필에게 홈런을 맞을 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KIA 타자들은 허준혁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날 허준혁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36km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패스트볼과 함께 커브,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 던지며 KIA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았다. 게다가 뛰어난 제구력까지 보여줬다.
허준혁이 이렇게 발전하기까지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그는 “최근 호투 비결은 컨트롤”이라면서 “나는 원래 컨트롤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캠프 때부터 컨트롤 향상에 집중하며 많은 훈련을 소화했고, 이제 효과를 보는 것 같다. 투구폼에 조금 변화를 줬다. 킥하는 동작을 조금 더 와일드하게 하고, 발을 조금 천천히 들어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있다. 또 팔 각도를 조금 내리면서 구속은 조금 떨어졌지만 컨트롤은 향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본인의 노력 외에도 허준혁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팀 선배인 유희관과 장원준의 존재였다. 1군 무대 경험이 부족한 그에게 두 선배의 존재는 그 자체가 공부가 됐다.
허준혁은 “훌륭한 좌완 선배들이 많아서 보기만 해도 많이 배우게 된다”며 “선배들이 던지는 것을 보고 내가 던진다고 상상했고, 실제 등판했을 때 자신감이 올라갔다. 선배들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고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한다. 선배들이 옆에만 있어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허준혁을 두고 “허준혁은 제구력이 좋다”며 “변화구와 패스트볼을 요소마다 잘 섞어 던진다. 타자들의 타이밍도 잘 빼앗고, 특히 본인 스스로가 마운드에서 안정적이더라”고 평가했다.
허준혁이 세 번째 선발 등판에서도 호투를 이어가자 김 감독은 “(허준혁이) 좋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니퍼트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선발로 기용하겠다. 팀에 긍정적 효과를 불어 넣어 줘 고맙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허준혁이 호투를 펼칠 것인지는 일단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니퍼트의 이탈로 자칫 무너질 수도 있었던 두산 선발진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는 모습은 충분히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두산 허준혁.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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